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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석같은 정중동 장자 달생편(達生)에는 왕을 위해 투계(싸움닭)를 기르는 기성자라는 사람의 얘기가 나온다. 어느날 왕이 기성자를 찾아와서 묻는다. "닭에게 싸움 실력이 충분히 갖추어졌느냐?"기성자는 답한다. "아직입니다. 자신감이 강합니다."열흘 후 왕이 다시 물었으나, 기성자는 또다시 아니라고 말한다. "아직입니다. 작은 소리나 그림자에도 반응합니다"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물었으나 "아직입니다. 상대를 노려보는 기세가 등등합니다"다시 열흘이 지나서 왕이 물었다. 이제사 기성자는 긍정적인 답을 한다. "거의 다 되었습니다. 다른 닭이 울면서 위협해도 반응이 없습니다. 멀리서 보면 나무로 조각한 닭처럼 보입니다."전쟁은 적을 죽이고 나와 내 군대가 사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내 자존심을 드.. 2024. 5. 1.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똑똑이들 라깡에 따르면 사람은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보면서 비로소 타인과 구분된 주체로서의 '나'를 발견한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유아기의 사람에게 '나'와 '세계'는 모호하게 섞인 감각의 형태로 존재하지만,거울을 통해 나의 범위를 확인하고 나의 모습을 이해하게 된다.여기서 라깡이 제기하는 문제는 '거울'은 그저 거울일 뿐 '나'일 수는 없으며, 역시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역시도 가상의 허구일 따름이라는 것이다.동물원에 거울을 갖다 놓으면 동물들은 거울 주위를 신기한 듯 둘러보며 관찰하다가 자신과는 관계없는 사물로 판단하고 떠나지만,사람은 거울을 통해 비쳐진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다. 자신이 아닌 것을 자신으로 착각하고 집착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이 필연적으로 봉착하는 자아분열적 상황이 생성된다.. 2024. 5. 1.
고정관념의 유효기간 복싱이나 이종격투기에서 오른손잡이는 몸을 오른쪽으로 비틀어서, 왼손을 앞쪽에 오른손을 뒷쪽에 두는 자세를 주로 취하는데, 이는 강하고 정확한 오른손 주먹을 사용할 때 몸의 회전력을 얹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왼손으로 잽을 던지다가 적절한 거리가 만들어지고 상대의 빈틈이 보이면 오른손 주먹으로 강하게 스트레이트나 훅을 날리면서 상대에게 타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싸운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전 이소룡은 여기에 반론을 제기했다. 강한 오른손을 뒤에 두면, 상대방과 나의 오른손이 멀어지고 공격의 사전동작이 상대에게 노출되어 무력화되기 쉽기 때문이다.이소룡은 오른손잡이도 왼손잡이처럼 오른손을 앞에 두는 방식의 강한 앞손 스탠스로 싸워야한다고 가르쳤다.하지만, 이소룡의 가르침은 절권도를 수련하는 제자들 사이서.. 2024. 5. 1.
4분의 저주 1950년대 세계 육상계에서는 인간은 1마일(1.6km)을 4분 이내에 달릴 수 없다는 통설이 진리처럼 받아지고 있었다. 당연히, 4분의 벽을 깨는 육상선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의대생이었던 로저 배니스터는 이 통설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1954년 5월 6일 3분 59초 4를 기록하여 최초로 4분의 벽을 돌파한 선수가 되었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로저 배니스터가 4분의 벽을 넘은 후 한달만에 10명, 1년 후에는 37명, 2년 뒤에는 300명이 오랫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4분의 한계를 극복했다.육상선수의 훈련법이나 신체능력이 갑자기 향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심리적 한계의 실체없음이 로저 배니스터에 의해서 세상에 알려진 것 뿐이다. 나의 한계로 작동해온.. 2024. 5. 1.
주역과 CEO 23 - 산지박(山地剝) 21번째 괘 화뢰서합과 22번째 괘 산화비를 통해, 질서가 있으면서도 자유롭고 창의적인 조직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주역의 세계에서는 이제 어떤 다음 장면이 펼쳐질까..?23번째 괘 산지박(山地剝)은 속절없이 감내해야하는 거대한 불운을 이야기한다.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붙은 시기를 지나니 다시 불운이 시작된다. 주역의 저자는 이렇게 맘처럼 안풀리는 현실을 현실보다 더 극단적으로 묘사한다.산지박 괘는.. 아래로부터 음효가 쌓여서 괘 전체를 가득 채우고 제일 위에 한칸에만 양효가 남은 형상이다. 마지막 잎새처럼 위태롭다.剝牀以足 蔑貞 凶박상이족 멸정 흉상(牀)은 지금 내가 앉아있는 자리(평상, 지위, position) 의미한다.운명은 내가 있는 자리의 다리를 망가뜨린다. 그리고 내가.. 2024. 4. 25.
주역과 CEO 20 - 풍지관(風地觀) 얼굴에 닿는 겨울 바람이 차갑고 따갑다.주역의 20째 괘 관(觀)은 땅을 의미하는 곤(坤) 위에 바람을 의미하는 손(巽)이 놓여져 있는 형상이다.땅 위에서 이리저리 불어닥치는 바람이 온갖 사물을 뒤흔드는 장면에 수천년 전에 살았던 주역의 저자는 눈으로 똑똑히 본다는 의미의 '관(觀)'이라는 제목을 붙였다.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는 주문이다.주역의 주인공은 군자, 즉 세상을 보다 이로운 곳으로 바꾸려는 선한 의지를 가진 리더이다. 리더는 보이지 않는 걸 봐야 한다. 뭘 봐야할까..觀 我 生進退관아생 진퇴갑골문과 고고학 유물 발굴의 성과로 '나'를 의미하는 한자 아(我)의 의미를 조금 더 상세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갑골문에 나오는 아(我)는 창(戈)과 유사하게 생긴 무기의 형태인데, 날카로운 톱날이 붙어있.. 2024.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