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약용7

목민심서 읽기 6 - 조직 관리 목민심서를 통해 다산 정약용이 말하는 조직관리 방법론의 주된 기조는 '수신'에서 출발한 공감과 감화이다. '자신의 몸가짐이 바르면 명령을 하지 않아도 행해질 것이다''진정으로 타이르고 감싸고 가르치고 깨우치면 아전들 역시 사람의 성품을 타고난지라 바로 잡히지 않을 자가 없을 것이다''위엄은 청렴함에서 생겨나고 믿음은 성실함에서 나오는 것이니, 성실하면서 청렴해야 뭇사람을 복종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한비자는 고분편과 설의편을 통해 군주와 백성 사이에 존재하면서,군주의 지시에도 따르지 않고 법을 지키지도 않으며군주와 백성의 희생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려는 집단적 특성과상으로도 동기부여를 할 수 없고 벌을 주어도 위협할 수 없으며, 복지부동하여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싶어하는.. 2024. 10. 15.
목민심서 읽기 5 - 벼슬살이의 survival tip '버릴 기(棄)' 다산 정약용은 벼슬살이 하는 사대부에게 '버릴 기(棄)' 한 자를 써서 벽에 붙여 놓을 것을 조언한다.상사가 나에게 무례하게 대하거나,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거나,내 뜻이 행해지지 않거나,업무를 행함에 있어서 심각한 장애가 있을 때..과감하게 벼슬을 버리라는 얘기이다.자리를 잃을까 벌벌 떨면서 언제나 황송해 하며 두려워하는 말투나 행동이 드러나게 될 경우, 상사는 더욱 업신여기고 일을 독촉하게 될 것이므로 수틀리면 언제든지 벼슬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놓아야 소신껏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이다.하지만, 버릴 기(棄) 전법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존재한다."상사와 부하의 서열은 본래 엄한 것이니, 비록 사의를 표명하여 관인을 던지고 결연히 돌아서는 지경에 이르더라도 말씨와 태.. 2024. 10. 15.
목민심서 읽기 4 -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 다산 정약용의 삶에서 중요한 시기마다 등장하는 '서용보'라는 인물이 있다.1801년 다산이 신유박해의 광풍에 휘말려 감옥에 갇혔을 때, 죄없음이 밝혀져서 재판에 관계한 사람들로부터 석방하라는 의견이 제기되었으나 우의정 서용보가 반대하여 귀양을 떠나게 된다.1803년 정순대비가 다산을 유배에서 풀어주라고 명령을 내렸으나, 역시 서용보가 제지하여 유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유배지에서의 18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르고 고향으로 돌아온 1818년, 조정에서 다산을 등용하여 다산에게 오랫동안 갈고 닦아 온 재주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하였으나 이때도 서용보의 저지에 막힌다.마키아벨리는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는 위험에 처한다'라고 경고한다.즉, 정치라는 '잔인한 동물의 세계'는 힘에 의해서 움직이므로, 자기 자.. 2024. 10. 15.
목민심서 읽기 3 - 비선(秘線)의 유혹 사심없는 의견과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staff를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은 다산이 살고 있던 조선시대나 인공위성을 하늘로 보내는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다만,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따라서, 곁에 있는 staff가 제정 러시아의 라스푸틴이 될 수도 있고, 유방으로 하여금 항우를 이기고 한나라를 개국하게 만들어준 '소하(蕭何)'가 될 수도 있다.다산은 목민심서 율기(律己) 6조 병객(屛客)편에서 staff를 공식적인 지위와 명분의 보유 여부에 따라 책객(冊客)과 기실((記室)로 구분한다.우선 책객은 공식적인 관제에는 존재하지 않으나, 리더가 사사로이 고용하여 보고서와 회계의 검토 업무를 맡긴 사람을 의미한다.물론, 리더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겠으나.. 비공식 라인에 의한 의사결정은 그 의사결정이 옳.. 2024. 10. 15.
목민심서 읽기 2 - 결벽증적인 청렴 지역의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지배체제를 이미 구축하고 대대로 세습해오고 있는 향리들이 겨우 몇년을 잠시 부임했다가 떠나는 목민관의 눈을 가리고, 백성을 해왔던 대로 착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이런 상황에서 목민관이 허수아비가 되지 않으면서 부여받은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보이는데 다산은 그 특단의 조치로서 '청렴'을 제시한다. 물론, 새로 부임하는 목민관이 '청렴'하다고 해서, 닳고 닳은 향리들이 마음에 감화를 받고 순종하게 된다는 나이브한 스토리는 아니다. 청렴하지 못한 행동들이 족쇄가 되어 목민관을 뒤흔들고 결국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쉽의 확보를 위한 출발점으로 청렴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산이 구체적으로 분류한 청렴의 항목을 들.. 2024. 10. 15.
목민심서 읽기 1 - 卑(낮을 비, 천할 비)에 대한 두가지 견해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바울, 빌립보서 4:12 "내가 비루한 처지가 된 지 오래 된 이유로 꽤 상세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종류별로 기록하고 내 얕은 견해를 덧붙인다"- 다산 정약용, 목민심서 '자서'편 중에서바울은 이제 풍부와 궁핍에 대응하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으므로, 어떠한 상황을 겪더라도 당당하게 이겨나갈 수 있다면서 '卑'에 대한 극복을 선언한다.이에 비해 다산 정약용은 자신이 쓴 책의 이름이 '목민서'가 아니라 '목민심서'인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신이 겪고 있는 비천한 상황에 대해 아직 극복하지 못했고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심서(心書)라 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목민.. 2024.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