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은 벼슬살이 하는 사대부에게 '버릴 기(棄)' 한 자를 써서 벽에 붙여 놓을 것을 조언한다.
상사가 나에게 무례하게 대하거나,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거나,
내 뜻이 행해지지 않거나,
업무를 행함에 있어서 심각한 장애가 있을 때..
과감하게 벼슬을 버리라는 얘기이다.
자리를 잃을까 벌벌 떨면서 언제나 황송해 하며 두려워하는 말투나 행동이 드러나게 될 경우, 상사는 더욱 업신여기고 일을 독촉하게 될 것이므로 수틀리면 언제든지 벼슬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놓아야 소신껏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버릴 기(棄) 전법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존재한다.
"상사와 부하의 서열은 본래 엄한 것이니, 비록 사의를 표명하여 관인을 던지고 결연히 돌아서는 지경에 이르더라도 말씨와 태도는 마땅히 온순하고 겸손하여 털끝이라도 울분을 터뜨리지 말아야 비로소 예에 맞다고 할 수 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극단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그래서 소위 '열 받고 뚜껑이 열리는' 상황이라도 스스로의 품위를 무너뜨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런 상황일 수록 몸가짐을 단정히 하는 것이 남는 장사인 것은 조선시대나 지금이 다르지 않다.
다산 정약용은 '무척 예의바른 천재형 또라이'의 이미지였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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