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의 즐거움65 밀린 숙제 - 헤겔 '정신현상학' 돈키호테가 읽은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안읽은 책이고, 데미안이 읽었으나 안읽은 것과 다름없는 책이었다면, 헤겔의 '정신현상학'은 밀린 숙제에 해당한다. 오래 잊고 있었으나, 디디에 에리봉이 지은 미셸푸고 평전을 읽으면서 미셸 푸코가 철학자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헤겔과 정신현상학이 마련했다는 내용을 접하고 나서는 더이상 미뤄둔 채로 내버려둘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읽지 말아야 할 이유도 충분히 있긴 했다. 버틀란트 러셀의 얘기를 들어보자."헤겔의 학설 대부분이 거짓이라 해도, 그는 역사적인 면에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다른 면에서는 정합성과 포괄성이 떨어지는 가장 대표적인 철학 체계를 세운 자로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다시 풀어쓰면, 헤겔은 정합성과 포괄성이 떨어지는 엉터리이지만 따르는 바.. 2025. 1. 26. 댓가를 기대하는 불행 - 임세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타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그 자체로 나 자신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에너지가 되어주지만,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댓가'를 기대하면서 타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기대한 '댓가'가 정당하게 회수될 때까지 삶을 불행으로 이끄는 저주가 되기 쉽다. 물론 회수가 되어도 내가 제공한 호의에 대한 '당연한 결과'이므로 딱히 기쁠만한 일도 아니다. 'give & take' 보다는 'give & happy together'가 삶의 작은 순간 순간을 이끄는 원칙이 될 수 있다면.. 조금 더 멋있게 나이들 수 있을 듯하다. "낯선 사람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호의와 선물을 받은 나는 잠시 당황한 나머지, "당신은 왜 나를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는 겁니까?"라는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녀는 마치 성.. 2025. 1. 19. 기계적 중립의 댓가 - 윈스턴 처칠 '제2차 세계대전'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이디오피아를 침공해서 점령하는 것을 방관하여 국제연맹의 무력화를 초래하고, 히틀러의 가속적인 군비 증강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모호한 '평화주의'와 영국 자신의 '군비축소'만을 주장하는 영국 정부를 윈스턴 처칠은 이렇게 비판한다. "오직 결정하지 않기 위해서만 결정하고 결단을 내리지 않기 위해서만 결단하며, 방황하기 위해서만 단호하고 흐느적거리기 위해서만 강고하고, 결국 무기력해지기 위해서만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그 당시 영국 정부는 처칠이 보기에는 'No Action'을 위해서만 스스로의 역량을 활용하고 있었다. 처칠의 지적에 대한 볼드윈 수상의 솔직한 답변은 이랬다."나의 관점에서는 히틀러의 군비 증강에 따른 전쟁의 위협 증가는 불확실하지만 선거에서 패배를 초래하는 .. 2025. 1. 19. 매리 올리버 - Wild Geese 굳이 멋질 필요 없어요거친 길을 걸으며 무릎꿇고 후회하지도 마세요그저,당신의 몸 속 여린 짐승이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도록 내버려두세요당신을 아프게 하는 절망에 대해서 말해주세요저도 저의 절망을 얘기해드릴께요그러는 동안세계는 자신의 길을 갈 것이고그러는 동안,태양은 그리고 투명한 빗방울은 들판을 지나고 어두운 숲을 지나고 산과 강을 넘을 테고그러는 동안,철새들은 저 푸른 하늘을 날아서 집으로 돌아오겠죠.당신이 누구라도 얼마나 외롭더라도 괜찮아요.때가 되면 이 세계도 철새처럼 당신을 찾아와서무감한 사물로 가득 찬 이 공간 속에도 당신의 자리가 있다고 얘기해 줄 거에요.함부로가끔은 신나게- Mary Oliver, 'Wild Geese' (의역 지어선)You do not have to be good.You do.. 2025. 1. 13. 호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 새뮤얼 보울스 '도덕경제학' 게임이론의 대표적인 사고실험인 '죄수의 딜레마'는 배신이라는 균형점을 제시한다. 서로 다른 곳에서 심문 받고 있는 두 죄수는 서로를 신뢰하고 의리를 지키면 형량이 최소화되는 옳은 답을 알고 있음에도 결국 '배신'을 선택한다. 사고 실험이 아닌 현실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과연 모두 배신할까?책 '도덕경제학'에서 새뮤얼 보울스는 세가지 유형의 행동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유형1. 상대의 배신과는 관계없이 자신은 이타적인 선택을 한다.유형2. 이타적인 성향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대가 배신하려고 한다면 굳이 희생당할 생각은 없다유형3. 내 이익말고는 중요한 건 없다.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 학자들의 실험을 통해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대략 40~60%의 사람들이 유형1과.. 2025. 1. 10. 상대평가의 저주 - 우치다 다츠루 '로컬로 턴' 조직을 운영하는 나의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는 80:20 법칙의 부정이다. 20%의 우수인재가 성과의 80%를 만들어낸다는 이 미신적인 원칙은 '상대평가'라는 괴물이 생명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어왔다.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경영해본 사람이라면 한사람의 인건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고통이 수반되어야 하는지 안다. 80%의 유휴인력을 상상할 여력은 없다. 경영은 보유 인력의 100%가 1000%의 성과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망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상대평가는 내 옆의 동료보다 내가 더 뛰어나야만 승리하는 룰로 움직인다. 당연히, 20%의 승리는 80%의 패배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우치다 다츠루는 책 '로컬로 턴'에서 이렇게 묘사한다."승자에게는 보상, 패자에게는 처벌이라는 규칙으로 집단을 관리하.. 2025. 1. 6. 이전 1 2 3 4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