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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65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 사랑 -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 비트겐슈타인은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와 '이루어야 하는 가치'를 구분한다. 비트겐슈타인에게 있어서 '말할 수 있는 것을 명료하게 하는 것'이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였다.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논리실증주의적인 언어분석 작업을 통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을 명료하게 하는 것'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선언하면서도, 정작 인생의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 언어 분석 작업을 해야만 했을까? 비트겐슈타인은 책 '논리철학논고'의 출판을 의뢰하는 편지에서 이렇게 책의 목적을 설명한다. "이 책의 요점은 윤리적인 것입니다. (중략) 내 책은 말하자면 그 내부로부터 윤리적인 영역에 대해 제한선을 긋는 것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그가 ‘언어’를 빌어 설명할 수 밖에 없었던 바와 같이, .. 2024. 11. 1.
정치가 필요한 이유 - 아담 스미스 '도덕 감정론' 자본주의 사회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과 함께 쓰여진 그의 책 ‘도덕 감정론’에서 두가지의 어쩔 수 없는 한계 상황을 제시한다. 그 첫번째 한계상황은 상류사회의 도덕“그러나 상류사회의 사정은 불행히도 반드시 이와 같지는 않다. 궁정 안에서의 성공과 승진은 총명하고 해박한 지식을 가진 동료들의 평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지하고 뻔뻔하고 오만한 윗사람들의 변덕스럽고 어리석은 호감에 의해 결정된다.그곳에서는 공로와 실력이 항상 아첨과 거짓말로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능력에 압도당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아첨하는 능력이 일을 처리하는 실력보다 더욱 중시된다.”- 아담스미스 ‘도덕감정론 (제1부 3편)’두번째 한계상황은 국가간의 도덕“두 독립국가가 서로 적대하고 있을 때, 각 나라의 국민들은 자신.. 2024. 11. 1.
폭로의 한계 - 조지오웰 '1984' Big Brother의 독재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만난 지하단체 지도자로부터 건네 받은 '책'에는 Big Brother가 만들어낸 국가의 온갖 모순과 위선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윈스턴'은 그 책의 내용에 감동하여, 데이트에서 여자친구에게 읽어줄 정도로 천착한다. 하지만, 나중에 비밀경찰에게 체포되어 고문을 받은 후 알게된 건, 책을 건네준 '지하단체 지도자' 역시 '비밀경찰'이었으며, 그 책 마저도 '비밀경찰'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모순'과 '위선'을 폭로하는 것이 부정한 권력을 타도하는 첫단계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조지오웰은 자신의 소설 1984를 통해 폭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대안없는 폭로는 악용될 수 있다고 강변한다.결국, 어설프더라도 '대안'이 제시되어야 하고 그 '대안'의 누적만.. 2024. 10. 31.
답을 알고 있더라도 - 한비자 '방렴직광' "지금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면서도 도리어 실패하게 되는 까닭은, 도리를 알지 못하면서도 잘 아는 이에게 묻거나 능력있는 자에게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데에서 생기는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잘 아는 이에게 묻거나 능력 있는 자에게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데도 성인이 억지로 그 실패를 나무라면 그들은 원망을 한다.성인이 아닌 사람들은 그 수가 많고 성인은 그 수가 적으니 적은 수가 많은 수를 이기지 못하는 것은 마땅한 이치이다.지금 행동을 취하여 천하 사람들과 원수가 되는 것은 몸을 온전히 하여 오래도록 사는 길이 아니기에 그 까닭으로 궤절에 맞추어 행하면서그렇게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비자 '방렴직광(方廉直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solution은 다수의 동의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 2024. 10. 31.
진실의 순간 - 한비자 '이병'편 "포상을 받는 것은 백성이 좋아하는 일이니 군주가 직접 행사하고, 형벌을 받는 것은 백성이 싫어하는 일이니 신이 직접 담당하겠습니다."- 한비자, '이병(二柄)' 중에서 칭찬하는 자리를 통해 들을 수 있는 voice of employee와.. 징계의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voice of employee는 매우 다른 종류의 것이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저울질 할 필요가 없이 모두 경영을 위해서 필요한 voice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진정성이라는 관점에서는 어쩌면 후자가 더 날 것의 진실을 직면할 수 있는 순간일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위에서 인용한 한비자 속 '발언'은 송나라의 권신 '자한'이 송환후에게 한 말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송나라 왕은 자한으로부터 협박을 당하는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게.. 2024. 10. 31.
시작론적 세계 - 션 캐럴 '빅픽처' "그동안 사람들은 정반대로 생각해왔다. 대부분 사람들이 상상하는 세상은 어떤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목적론적 세상이었다. 하지만, 사실 세상은 시작론적(ekinological)이다. 현재 우리 우주가 슬쩍슬쩍 보여주는 모든 신비와 미스터리의 열쇠는 우주의 시작에 있다. 그 시절 그때의 결과로 지금 우리가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우주의 큰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세상을 관찰하고 원인과 결과, 그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 목적과 목표 따위를 따져가며 설명하고자 애쓴다. 하지만 이런 개념들은 현실의 근본 구성요소가 아니다."- 션 캐럴, '빅픽처' '양자와 시공간, 생명의 기원까지 모든 것의 우주적 의미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책의 이 구절을 지나면서, .. 2024.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