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은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와 '이루어야 하는 가치'를 구분한다.
비트겐슈타인에게 있어서 '말할 수 있는 것을 명료하게 하는 것'이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였다.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논리실증주의적인 언어분석 작업을 통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을 명료하게 하는 것'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선언하면서도, 정작 인생의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 언어 분석 작업을 해야만 했을까?
비트겐슈타인은 책 '논리철학논고'의 출판을 의뢰하는 편지에서 이렇게 책의 목적을 설명한다.
"이 책의 요점은 윤리적인 것입니다. (중략) 내 책은 말하자면 그 내부로부터 윤리적인 영역에 대해 제한선을 긋는 것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그가 ‘언어’를 빌어 설명할 수 밖에 없었던 바와 같이, 그의 최종적인 목적 즉, '이루어야 하는 가치'인 윤리’에 대해서 언어적인 방식이 아니라, 신비스럽게 드러나는 방식으로 노출되길 바랬던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윤리를 언어로 재구성되는 사실적 담론 속에 두었을 때 훼손될 가능성으로부터 차단하려 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책 '논리철학논고' 전체를 통해 명제(언어+논리)를 분석해 놓고서는, 책의 결론에 이르러서는 그 분석을 버리라고 주문한다.
그 명제를 극복해야만 세계를 올바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와 논리 분석 아래에 은밀히 깔려있는, 그의 심층적인 목적은 언어를 통해 명료하게 윤리를 정의하기가 아니라, '윤리'를 서술하고 정의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언어가 무력함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언어와 논리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해결하기 위한 시작점이다. 사랑에 대해 백권의 책을 읽고.. 사랑을 명료하게 정의내리는 것은 정작 '사랑'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기를 그만두고,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5초 동안 말없이 바라보라! 이것이 사랑이라는 궁극의 가치에 부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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