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없는 의견과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staff를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은 다산이 살고 있던 조선시대나 인공위성을 하늘로 보내는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다만,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따라서, 곁에 있는 staff가 제정 러시아의 라스푸틴이 될 수도 있고, 유방으로 하여금 항우를 이기고 한나라를 개국하게 만들어준 '소하(蕭何)'가 될 수도 있다.
다산은 목민심서 율기(律己) 6조 병객(屛客)편에서 staff를 공식적인 지위와 명분의 보유 여부에 따라 책객(冊客)과 기실((記室)로 구분한다.
우선 책객은 공식적인 관제에는 존재하지 않으나, 리더가 사사로이 고용하여 보고서와 회계의 검토 업무를 맡긴 사람을 의미한다.
물론, 리더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겠으나.. 비공식 라인에 의한 의사결정은 그 의사결정이 옳아도 또는 옳지 않아도 조직 구성원 전체의 동의를 얻기 어렵고 조직의 동기부여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물론 공식적인 직제로 비선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두어도 마찬가지로 나쁘다.
"책객이 아전과 관노들이 속이고 숨기는 짓을 잘 적발하면 그 원망은 내게 돌아올 것이고, 더럽고 잘못된 것으 잘 덮어주면 그 폐해가 내게 돌아올 것이니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기실은 공식적인 관직으로 staff를 임명하여 아래와 위를 이어주고 안팎을 통하게 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무릇 세세한 일들을 수령이 직접 관장하면 체모가 손상되는 일이 있고, 자제들이 관장하면 비루해지기 때문에 없앨 수 없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인 자식들을 이 기실에 임명하면 '비루'해진다는 설명이 재미있다.
다산은 공식적인 staff인 기실을 운영함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 한가지를 제시한다.
"다만, 이 사람이 한마디의 명령이나 한마디의 말도 직접 하게 해서는 안되며, 다만 틈을 타서 동헌에 아뢰어 명령을 받도록 한다."
즉, 이 staff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이 자체가 권력자가 되어 직접 권력을 행사하여 '호가호위'하는 일을 방지하라는 것이다.
리더를 위해 일하는 staff은 조직에 직접 영향력을 끼칠 것이 아니라, 리더에게 보고하고 리더가 판단하여 리더가 직접 권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간접적인 존재에 머물러야 한다.
조직이 클 수록, 리더는 눈멀고 귀멀고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놀리고 있으나 본인만 놀림 받는 줄 모르는 힘센 바보가 되기 쉽다.
진정성 있고 유능한 staff이 리더의 눈과 귀 그리고 두뇌가 되어주어야 하는데, 그 staff은 공식적이어야 하고 간접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21세기의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다산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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