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석같은 정중동

장자 달생편(達生)에는 왕을 위해 투계(싸움닭)를 기르는 기성자라는 사람의 얘기가 나온다.

어느날 왕이 기성자를 찾아와서 묻는다. "닭에게 싸움 실력이 충분히 갖추어졌느냐?"

기성자는 답한다. "아직입니다. 자신감이 강합니다."

열흘 후 왕이 다시 물었으나, 기성자는 또다시 아니라고 말한다. "아직입니다. 작은 소리나 그림자에도 반응합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물었으나 "아직입니다. 상대를 노려보는 기세가 등등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서 왕이 물었다. 이제사 기성자는 긍정적인 답을 한다.

"거의 다 되었습니다. 다른 닭이 울면서 위협해도 반응이 없습니다. 멀리서 보면 나무로 조각한 닭처럼 보입니다."

전쟁은 적을 죽이고 나와 내 군대가 사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내 자존심을 드러내고 내 소신을 표현하는 것은 승리의 관점에서는 부차적이다.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내는 실력이 부족한 리더들은 '승리' 이외의 것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들기 쉽다. 이들에게는 승리보다는 자신에 대한 인정이 더 중요하고 아주 작은 소홀함에도 발끈한다.

노자는 전쟁을 잘하는 사람은 화를 내지 않는다(善戰者不怒)고 지적한다.

전쟁을 수행하는 장수에게 주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은 웃고 울어야 하는 감정 표현의 대상이 아니라, 연산하고 분석해야 할 정보이니 화를 낼 필요가 없고 화가 나지도 않는다.

목석처럼 정중동하며 찬찬히 바라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