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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3

소유욕 - 장자 '산목'편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빈배가 흘러와서 부딛힌다면 굳이 화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배에 누군가가 타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사람에게 '운전 똑바로 하라'고 화를 내기 마련이다. 장자 산목편(山木)에 나오는 얘기다. 여기서 장자는 배가 충돌한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왜 어떤 상황에서는 화를 내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화를 내지 않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흘러다니는 배가 '나'라고 해보자. '나'라는 배가 비워져 있다면 어떤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세상은 굳이 나에게 화를 내지 않고, 나를 해치려 들지 않는다는게 장자의 설명이다. 강신주는 이 글에서 화를 낸 사람 쪽에 촛점을 맞춘다. 배가 자신의 '소유'가 아니었다면 굳이 화낼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즉, 내 '소유'를 타인이 타고 있는 .. 2024. 10. 31.
당신은 어떤 쓸모를 가졌는가? - 장자 '인간세'편 장자 '인간세'편에는 커다란 상수리 나무 얘기가 나온다. 둘레가 백 아름이나 되고 키는 웬만한 동산보다도 높아서 주위에 구경꾼들이 끊이지 않았다.  목수 한사람이 그 주변을 지나는데, 상수리 나무에 눈길조차 주지않자 목수의 제자가 저렇게 좋은 재목을 본적이 없는데 왜 관심이 없는지 묻는다. "쓸모있는 나무였으면 진작에 베어져서 무엇으로든 만들어 졌을텐데, 아무짝에도 쓸데 없으니 저렇게 오래 남아있는 것이다" 그날 밤, 목수의 꿈에 나무가 나타난다. "당신도 결국 쓸모 없이 죽을 운명을 가진 인간일 뿐인데, 어찌 나(나무)의 쓸모를 논하는가? 나는 타인에게 쓸모 없으니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고, 이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쓸모일 뿐이다" 장자에서 쓸모의 의미로 사용된 한자 用은 희생제물로 제사에 쓰일.. 2024. 10. 31.
지식의 용도 - 장자 '양생주' 장자는 양생주(養生主)편을 통해 삶은 유한하지만 앎은 무한하므로, 유한한 인간의 삶으로 앎이라는 무한한 것을 추구하면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고 경고한다. 즉, '앎'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삶을 위한 '앎'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보면, 나와 남이 겪고 있는 '삶'의 희로애락을 직면하여 바라보고 공감하는 것이 '앎'을 시작하기 위한 필수적인 준비라고 연결하여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삶보다 '앎(지식)'을 먼저 습득하고 그 '앎(지식)'의 잣대로 삶을 재단하고 그게 전부인 줄 알는 헛똑똑이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놓칠 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복에도 해를 끼치기 쉽다. 장자가 유한한 삶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한 한자가 涯(물가 애)인 것이 의미 심장하다. 물가 애는 언덕 애(厓)와 물 수(水).. 2024.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