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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

지식의 용도 - 장자 '양생주'

by pied_piper33 2024. 10. 28.
장자는 양생주(養生主)편을 통해 삶은 유한하지만 앎은 무한하므로, 유한한 인간의 삶으로 앎이라는 무한한 것을 추구하면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고 경고한다.
 
즉, '앎'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삶을 위한 '앎'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보면, 나와 남이 겪고 있는 '삶'의 희로애락을 직면하여 바라보고 공감하는 것이 '앎'을 시작하기 위한 필수적인 준비라고 연결하여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삶보다 '앎(지식)'을 먼저 습득하고 그 '앎(지식)'의 잣대로 삶을 재단하고 그게 전부인 줄 알는 헛똑똑이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놓칠 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복에도 해를 끼치기 쉽다.
 
장자가 유한한 삶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한 한자가 涯(물가 애)인 것이 의미 심장하다.
 
물가 애는 언덕 애(厓)와 물 수(水)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한자로, 언덕 아래에 강물이 흐르는 막다른 길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삶에는 끝이 있다'으로 번역되는 원문의 吾生也有涯(오생야유애)는 "나의 삶도 시퍼런 강물이 아래에 흐르는 막다른 낭떠러지에 내몰릴 수 있다"라고 풀어 읽는 것이 보다 생생하다.
 
이걸 이해한다면, 인간은 삶에도 앎에도 모두 겸손해질 수 있다.
 
삶은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앎에 삶을 끼워 맞추기 보다는 삶을 위한 앎에 이르도록 노력하는게 필요하다.
 
吾生也有涯
而 知也无涯
以有涯隨无涯
殆已
 
- 장자 '양생주'편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