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깡에 따르면 사람은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보면서 비로소 타인과 구분된 주체로서의 '나'를 발견한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유아기의 사람에게 '나'와 '세계'는 모호하게 섞인 감각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거울을 통해 나의 범위를 확인하고 나의 모습을 이해하게 된다.
여기서 라깡이 제기하는 문제는 '거울'은 그저 거울일 뿐 '나'일 수는 없으며, 역시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역시도 가상의 허구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동물원에 거울을 갖다 놓으면 동물들은 거울 주위를 신기한 듯 둘러보며 관찰하다가 자신과는 관계없는 사물로 판단하고 떠나지만,
사람은 거울을 통해 비쳐진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다.
자신이 아닌 것을 자신으로 착각하고 집착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이 필연적으로 봉착하는 자아분열적 상황이 생성된다.
라깡의 거울을 확장해서, 거울이 있던 자리에 '타인의 시선' 또는 '타인의 평가'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타인의 시선과 타인의 평가에 의해 '나'와 나의 '능력' 심지어 나의 '용도' 그리고 '가치'까지도 정의된다고 생각하면 소름끼쳐지지만 현실은 그렇게 구성되고 굴러간다.
어려서부터 소위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타인이 평가를 통해 더 우수한 사람으로 간주되고 월등한 보상을 누리는데 익숙해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 시스템에 의해 매겨진 점수와 내가 생각하는 나 사이의 괴리를 미리부터 깨달으며 팍팍한 현실을 극복해야하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
낭중지추의 똑똑이들은 타인의 평가를 통해 사회 일반에게는 불가능한 비대칭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거울단계를 벗어나 허구가 아닌 진정한 자기자신을 발견해야하는 니즈가 어쩔 수 없이 낮다.
세상을 바꿀 것 같아 보이던 똑똑이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타인이 제공하는 월등한 보상 위에서 초라해지고 왜소해지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거울에 비친 것은 나의 환영일 뿐 내가 아니다.
'비즈니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순의 구조 (1) | 2024.10.09 |
---|---|
99%의 준비와 1%의 결전 (0) | 2024.10.09 |
목석같은 정중동 (0) | 2024.05.01 |
고정관념의 유효기간 (0) | 2024.05.01 |
4분의 저주 (0) | 2024.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