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의 즐거움65 즐기고 있는가? - 대주선사 어록 강설 대주선사에게 고승이 찾아와 "선사께서는 수도하실 때, 어떤 노력을 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선사는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우면 잔다. 그것이 나의 노력이다."라고 답한다.이에 대해 그것은 보통 사람들도 다 하고 있는 것이니, 선사께서 하는 노력과 다르지 않다라는 반문이 이어지자, 선사는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 밥을 즐기지 못하고, 자면서 잠을 즐기지 못한다. 그들은 밥을 먹으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수백 수천의 계산을 하고 고민한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니, 그들과 내가 같지 않은 것이다."라고 설명해준다.결국, 일상의 삶을 사는 것과 도(道)를 닦는 것을 구분하는 경계는.. 심오한 교리나 이론 또는 욕망을 이겨내는 거룩한 수행에 있지 않고, 단지 즐기는가(肯) 아니면 즐기지 못하는가(不肯)에 있다는 .. 2024. 10. 21. 포트럭 파티 - 곽준혁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곽준혁의 책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에는 재미있는 사고실험이 하나 소개된다.각자 한가지씩 요리를 준비해와서 나누어 먹는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가 열렸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파티의 참가자들이 모두 똑같은 종류의 요리를 준비해서 온 것이다.맛이 있든 없든, 각자 서로 다른 요리를 들고 왔었다면, 이것저것 집어먹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그렇게 무난하게 흘러갔을 파티는 '모두 똑같은 음식'이라는 난처한 상황을 만나면서 어떻게 변했을까?어쩔 수 없이, 어떤게 조금 더 맛있는지 누구의 재료가 더 신선한지 비교가 되었고, 이런 의도하지 않은 경쟁 속에서 제일 맛있다고 인정 받은 그 참가자가 민망해 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참가자는 의욕을 잃었다.단지, 맛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싶었을 따름인데,.. 2024. 10. 18. 싸움의 방법 - 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 쟝 보드리야르는 책 '시뮬라시옹'을 통해서, 자본을 도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행동과 자본에 대해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는 행동이, 사실상 동일한 것이며 심지어 자본이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본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모든 것은 자본을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합리성의 이름으로 그에 대항하여 싸워주는 것이다" "또는 도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도덕성의 이름으로 자본에 대항하여 싸워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마치, 배중률을 부정하는 듯한 보드리야르의 이 주장은 어떤 의미일까.. 보드리야르의 얘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자본 자신은 정작 그가 지배하는 사회와 결코 계약에 의해 맺어져 있지 않다.자본은 도덕적이고 경제적인 합리성에 따라 고발해야 하는 스캔들이 아니다" 합리성 .. 2024. 10. 18. 저항 - 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 보드리야르는 책 ‘시뮬라시옹’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저항을 지적한다.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책임감있는 성숙한 주체로서 행동하라고 요구하면서 동시에,어른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는 무기력한 존재이기를 요구한다.어린이들은 무기력한 존재가 되라는 요구에 불복종과 반발로 저항하며, 동시에 성숙한 존재가 되라는 요구에는 미성숙한 척, 잘모르는 척하는 수동성으로 대응한다.둘 중 어떤 것도 다른 것보다 더 객관적으로 가치있는 저항으로 보기는 어렵다.다시 우리 어른들의 세상으로 돌아오자..현재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치적 주체로서의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는 것만을 유효하고 전복적인 저항의 모습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관념은 우리 스스로를 저항을 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뜨리면서 사실상 체계가 바라는 방향으로 .. 2024. 10. 18. 김석 외 '라캉과 지젝-정치적 신학적 문화적 독법' 책 '라캉과 지젝-정치적 신학적 문화적 독법'의 논리에 따르면, 근대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신'은 믿어야 하는 존재로, '인간'은 신의 축복과 저주에 의해 삶의 행복이 결정되는 존재로 큰 고민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신'에 대한 확신의 토대가 무너지게 되면서 소위 '믿음'이라는 장치 없이는 신이라는 '개념' 또는 '종교'라는 제도가 지탱되기 어려워지게 되었다.이제 '존재'가 믿어지지 않기 때문에 존재를 믿어야 한다는 역설이 시작되기 시작한다. 종교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신의 존재'에 대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대해 과학을 통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종교는 '믿음'이라는 우회로를 만들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공적인 분석과 논의가 .. 2024. 10. 18. 리바이어던 - 조르주 아감벤 '호모 사케르' 조르주 아감벤은 그의 책 '호모 사케르'에서 권력의 근원적인 작동원리로 '학대하고 죽여도 되는 그래서 고통을 감수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호모 사케르)'를 상정한다.사회의 구성원을 크게 '특권층-대중-호모사케르'로 구분할 때, 특권층은 대중을 언제든지 호모사케르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으며 대중은 호모사케르에 대해 권력자로 행세한다.법 위에 있는 특권층이 대중을 살해(착취)해도 벌 받지 않는 것처럼 대중 역시 또다른 의미로 법 아래에 위치한 호모사케르를 죽여도 벌받지 않는 것이다.대중이 특권층에 복종할 수 밖에 없는 그리고 특권층으로부터 착취를 당하면서도 특권층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으로 착각하는 그 어쩔 수 없는 당위성은, 호모사케르가 되고 싶지 않은 '공포'에서 출발한다.조르주 아감벤은 사회계약설을 .. 2024. 10. 18. 이전 1 ··· 6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