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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

김석 외 '라캉과 지젝-정치적 신학적 문화적 독법'

by pied_piper33 2024. 10. 18.
책 '라캉과 지젝-정치적 신학적 문화적 독법'의 논리에 따르면, 근대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신'은 믿어야 하는 존재로, '인간'은 신의 축복과 저주에 의해 삶의 행복이 결정되는 존재로 큰 고민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신'에 대한 확신의 토대가 무너지게 되면서 소위 '믿음'이라는 장치 없이는 신이라는 '개념' 또는 '종교'라는 제도가 지탱되기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제 '존재'가 믿어지지 않기 때문에 존재를 믿어야 한다는 역설이 시작되기 시작한다. 종교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신의 존재'에 대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대해 과학을 통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종교는 '믿음'이라는 우회로를 만들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공적인 분석과 논의가 아닌 '개인의 마음' 속으로 가두게 된다.
가장 중요하면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인간은 '교리'라는 유사 의제에 천착하는 수순을 밟는다.
양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경쟁력이 좋아지는 기업과 지속적으로 쇠퇴하는 기업을 구분하는 가장 특징적인 현상 중 하나는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으며, 구성원의 입에서 제기되는 질문의 내용이다. 
저자들의 논리 구조를 기업 경영에 적용해보면 경쟁력이 발전하는 기업의 경우, 자신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이슈 제기와 논의가, 신도인 임직원들로부터 제기되고 사제인 경영진에 의해 구체적으로 다루어지는데 반해,
쇠퇴하는 기업은, 막연히 알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믿음 또는 충성도'의 형태로 은폐되고 본질에서 동떨어진 유사 의제가 '롤 플레이' 방식으로 제기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신에 대한 믿음의 사례처럼 믿음의 근거가 사라지는 순간 믿음이 강조되는 것처럼, 충성도의 근거가 희박해진 기업일수록 이슈에 대한 직설적인 제기보다는 '충성도'가 보다 중요해지게 된다. 
본질적 문제는 그것이 본질적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으며, 머리가 시원해질만한 '답'이 눈에 보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답이 보이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슈가 제기되고 논의되면서 영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답이 보이지 않는 이슈를 논의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시끄럽고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살아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감내할 수 밖에 없으며, 이를 통해 기업은 과학으로부터 타격을 입은 후, 믿음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근대 종교'의 상태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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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의 세계까지 하나의 원리로 다스리는 지극히 높은 존재였다"
"인간에게 중요한 점은 이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기쁜 마음으로 따르는 것이지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과) 신의 관계에서 '믿음'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근대과학의 발견에 따른 위기의 결과다"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사회를 연결하는 확실성의 끈이 해체된 것이다. 인간은 더는 우주의 원리로부터 자기 삶의 의미를 유추할 수 없게 되었다"
"정확히 이 시점부터 전지전능하고 무소부재한 신은 죽었다고 할 수 있다. 우주의 원리이자 원동자이며 지탱자인 신은 존재할 근거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 시점에서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 김석 외7, '라캉과 지젝-정치적 신학적 문화적 독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