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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

저항 - 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

by pied_piper33 2024. 10. 18.
보드리야르는 책 ‘시뮬라시옹’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저항을 지적한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책임감있는 성숙한 주체로서 행동하라고 요구하면서 동시에,
어른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는 무기력한 존재이기를 요구한다.
어린이들은 무기력한 존재가 되라는 요구에 불복종과 반발로 저항하며, 동시에 성숙한 존재가 되라는 요구에는 미성숙한 척, 잘모르는 척하는 수동성으로 대응한다.
둘 중 어떤 것도 다른 것보다 더 객관적으로 가치있는 저항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시 우리 어른들의 세상으로 돌아오자..
현재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치적 주체로서의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는 것만을 유효하고 전복적인 저항의 모습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관념은 우리 스스로를 저항을 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뜨리면서 사실상 체계가 바라는 방향으로 순응하고 있을 뿐이라는 모순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정보는 있으나 의미는 상실되어 버린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는 메신저에 대해 단지 정보의 전달자라고 믿고 있으나, 현실 속에서 메신저는 정보의 전달자가 아니라, 정보의 창조자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정보는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의 연출만 수행할 따름이며 메신저가 원했던 목적이 달성되는 순간, ‘정보’는 소멸되어 버린다.
이때, 우리가 정보를 통해서 받아들였던, (사실 존재하지도 않았던 착각 속의) ‘의미’는 뿌리를 잃는다. 그리고 정보를 전달한 메신저도 사라져버린다. (또는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따라서, 메신처가 전달하는 정보와 의미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저항은 체계의 의도를 충족시키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제 우리가 간과해온 저항이 그 윤곽을 드러낸다.
‘메신저의 거부’, ‘정보의 거부’와 정보가 전달하는 ‘의미의 거부’라는 방식으로만 수행할 수 있는 저항을 우리는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저항은 메신저와 메시지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심각한 진실을 깨닫는 것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