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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

포트럭 파티 - 곽준혁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by pied_piper33 2024. 10. 18.
곽준혁의 책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에는 재미있는 사고실험이 하나 소개된다.
각자 한가지씩 요리를 준비해와서 나누어 먹는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가 열렸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파티의 참가자들이 모두 똑같은 종류의 요리를 준비해서 온 것이다.
맛이 있든 없든, 각자 서로 다른 요리를 들고 왔었다면, 이것저것 집어먹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그렇게 무난하게 흘러갔을 파티는 '모두 똑같은 음식'이라는 난처한 상황을 만나면서 어떻게 변했을까?
어쩔 수 없이, 어떤게 조금 더 맛있는지 누구의 재료가 더 신선한지 비교가 되었고, 이런 의도하지 않은 경쟁 속에서 제일 맛있다고 인정 받은 그 참가자가 민망해 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참가자는 의욕을 잃었다.
단지, 맛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싶었을 따름인데, 비교를 당하게 되니 누가 기분이 좋겠는가?
이것이 반복되면서는 그 요리 잘하는 한명한테 재료비를 몰아주고 음식을 맡기는게 제일 좋겠다는 합리적인(?) 여론이 형성되었다.
합리주의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사고실험에서는 합리주의가 '합리적'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방식으로 구동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다양성'의 확보를 제안한다.
헝거게임의 독재국가 'Panem'이, 그리고 1984 속의 'Eurasia'가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독재자의 쿠데타에 의해 생길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 한명 한명의 다름을 존중하지 않는 '우리 모두의 합리성'의 종착역에 Panem과 Eurasia가 있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으로 추측해 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