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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

엘리트들의 자해 행위 - 한나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by pied_piper33 2024. 10. 21.
한나아렌트는 책 '전체주의의 기원'에서는 히틀러의 나찌나 스탈린의 폭정이 선동과 속임수에 의해서 발생되지 않았으며, 대중과 유식한 엘리트의 철저한 지지에 의해서 탄생했다는 난처한 진실을 폭로한다.
 
전체주의를 만들어내고 지탱한 것이 대중이라는 얘기는 '다수의 지배'를 근간으로 삼는 민주주의 제도의 심각한 결함을 의미하는 것이고, 유식한 엘리트가 전체주의의 탄생과 발전에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동참했다는 얘기는 지식인이라는 무리의 존재 가치를 무너뜨리는 것이기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나아렌트의 분석은, 빛나는 지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만들어내고 구성원을 희생하면서까지 어리석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일반적인 '기업' 조직의 전체주의적인 특성을 분석하는데에도 유용하다.
 
기업이라는 공간 속에서의 인간 소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전횡을 비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업을 구성하는 대중으로서의 직원과 엘리트로서의 리더 또는 관리자들의 행동 메커니즘이 (전체주의 사회가 국민을 희생시켰던 것처럼) 기업이라는 공간 속에서 직원과 리더계층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결국 자신들의 마지막까지 비참할 수 밖에 없도록 적극적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된다. (고생 많았다고 박수 받으면서 은퇴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월급쟁이 생활의 현실공간에서 찾이 어렵다)

 

대중과 엘리트가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을 파멸시키게 될 '전체주의'를 향한 적극적인 지지자로 변해가는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보여준 것이 이 책 한나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의 가치일 것이다.

 

참고로, 한나아렌트의 경우, 이론 전개에 있어서 마르크스에 대한 의존도는 사실상 0%에 가깝다. 오히려, 마르크스에 대해서 컬트를 양산 했을 뿐 현실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 어느 이상주의자 집단의 교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크다. 따라서, 좌파적 시각으로 씌여진 글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과 골수 좌파이지만,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분들 모두에게 권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