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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

뛰어난 월급 루팡의 한계 - 친타오 '결국 이기는 사마의'

by pied_piper33 2024. 10. 21.
후흑학의 창시자 이종오는 '사마의'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면후심흑(面厚心黑)'이라는 성공의 원칙을 제시한다. 면후심흑(面厚心黑)이란, 얼굴을 두껍게 하고 마음을 검게 만들라는 뜻이다.
 
친타오는 여러 역사서에 기록된 '사마의'의 면후심흑(面厚心黑) 행적을 추적한 책 '결국 이기는 사마의'를 통해, 면후심흑(面厚心黑)의 구체적인 모습과 한계를 지적한다.
 
600페이지 가까운 두꺼운 책을 관통하는 '사마의' 행동 철학은 크게 세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1. 군주가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군주가 자신의 생각대로 정사를 처리해서 실패하도록 내버려 둔다. 동료나 부하가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에도 역시 실패해서 파멸하도록 내버려 둔다.
 
2. 나라와 백성의 이익보다는 '나의 안위'에 방점을 두고 행동한다.
 
3. 1~2에 충실하면서 때를 기다린다.
 
이종오는 '면후심흑'이야말로, 생존을 보장하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유일한 전략임을 강조하고, 자신이 '면후심흑'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경쟁자의 '면후심흑'을 파악하고 대처할 것을 조언한다.
 
친타오는 면후심흑을 통해 사마의가 결국 승자가 되었음을 인정하지만, 사마의가 보여준 방식의 치명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사마의는 기왕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이상, 시대의 잘못을 바로잡아 바른 길로 돌아서게 할 중임을 맡아야 했다. 천자를 보좌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그 뛰어난 능력으로 점점 나빠지는 시대의 운명을 되돌렸어야 했다. 결국 사마의가 한 일이라고는 자기 몸 하나 보존한 것이 전부였다. 그는 자신만을 구하고 시대를 구하지 못했다"
- 친타오 '결국 이기는 사마의' 중에서
 
조조는 믿고 의지하던.. '사마의'가 자신이 죽은 뒤, 위나라의 패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결국 위나라를 무너뜨리고 진나라를 세워서 사마의의 자손 대대로 황제가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조조' 정도로 이론과 실무 그리고 탁월한 상상력을 가진 천재형 리더라면, 부하가 '사마의'일지라도, '가치'의 창출과 사업의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을테지만, 그렇지 못한 리더가 사마의를 부하로 쓰고 있다면 조조의 아들과 손자처럼 '대업'을 강탈당할 것이고,
 
'사마의'와 같은 '면후심흑'을 추구하지만 역량은 사마의에 미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을 부하로 쓰고 있다면 리더와 부하가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함께 서로를 망가뜨릴 가능성이 높다.
 
'면후심흑'이 생존을 위한.. 필살기인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것이 '가치 창출'을 이루어 낼 수 없음 역시도 명확하므로, 자리의 보전을 위해 '면후심흑'을 신조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어려운 줄 알면서도 '가치 창출'을 위해 중력을 거스르는 어리석은 도약을 시도하면서 살아갈 것인가라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지가 월급쟁이들의 삶 또는 커리어 이면에 놓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