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의 즐거움65 유토피아적 비젼의 위험 -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미래에 대한 선명한 비젼을 제시하고 카리스마있게 밀어부치는 리더에 대해서 멋지다고 감탄하고 본받고 싶어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런데, 사회 생활의 시간이 묵은 때처럼 또는 나이테처럼 쌓여가면서, '미래의 목표지점'을 확고히 정하고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행위의 위험성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미래에 대한 어떤 비젼을 가지고 있는가 보다는 오늘 바로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으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이 나의 뇌 한켠에 고이고 있다. 칼 포퍼는 방법론적으로 가장 건전한 접근법을 가진 정치가는 그의 마음 속에 사회의 '미래 청사진'을 가질 수도 있고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즉, 목표의 화려함과 청사진의 구체성이 결코 가치를 만들어 내는 핵심요소가.. 2024. 10. 25. 기본이라는 이름의 폭력 - 김동식 '회색인간' 핵전쟁으로 지구는 폐허가 되었고, 인류 대부분은 폐허에 내버려진 반면 제한된 일부 소수는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안전지역을 만들어서 살고 있다.소년과 소녀가 등장한다.소년은 안전지역을 찾아가는 떠돌이 무리의 일원이다. 어느날 소년은 무리가 가는 방향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고, 무리가 보유한 식량의 전부인 들쥐 네마리와 통조림 세개를 훔쳐서 무리를 이탈한 후 안전지역을 향해 홀로 걸어간다.소녀도 병든 엄마와 둘이서 안전지역을 찾아가는 중이다. 엄마는 가슴에 품고 있던 초코바 하나를 꺼내어 생일선물이라며 딸에게 주고 숨을 거둔다. 딸은 그 엄마의 유품인 초코바를 먹지 못한다. 그리고 안전지역을 향해 길을 떠난다.소년과 소녀는 결국 안전지역의 문 앞에 도착했다.굳게 닫힌 문 앞에서 소년과 소녀는 호소한다.. 2024. 10. 25. 왜 고통스러운가? -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출근 준비로 바빴던 어느 아침이었다. 아내가 묻는다 "세계는 왜 생긴거야?" 왜 생겼을까.. 그런데 세계는 뭐지? 사실 삶이라는게 왜 고통스러운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삶이 펼쳐지는 무대인 세계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부터 해야한다. 그러고 보니 꽤 괜찮은 질문이다. (왜 생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인지'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쇼펜하우어는 책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세계는 표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선언하면서 시작한다. 표상이라..? 독일어로는 Vorstellung 영어로는 Representation 그 선언의 내용은 이렇다. 물 속에 사는 물고기는 모든 것을 물을 통해 인식한다. 물 밖에도 세상이 존재하고 물 밖의 온갖 변화가 물 속 세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물.. 2024. 10. 23. 끝이라는 축복 -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월급쟁이의 삶은 영원하지 않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시간'의 유한성을 고려하지 않은 '존재'는 거짓이고 위선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인간'에게 적용한다면, 시시각각 다가오는 그리고 지금 당장이 될 수도 있는 '죽음'을 자각해야 삶이 더욱 의미있어진다는 얘기로 읽을 수 있겠다.종교, 사상, 예술, 소유와 같은 것들이 인간들로 하여금 '영원'을 상상하게 만들고 인간도 '영원'을 꿈꿀 수 있는 존재라고 믿게 하지만 모든 인간은 '죽음'의 상황을 예외없이 맞이 한다.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일리치의 죽음'의 주인공 이반일리치는 소유하기 위해 그리고 인정받기 위해 평생을 아동바동 살아가지만 어느날 자신에게도 죽음이 찾아 온 것을 깨달은 후, 그 죽음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그제야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을 사랑하.. 2024. 10. 23. 뛰어난 월급 루팡의 한계 - 친타오 '결국 이기는 사마의' 후흑학의 창시자 이종오는 '사마의'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면후심흑(面厚心黑)'이라는 성공의 원칙을 제시한다. 면후심흑(面厚心黑)이란, 얼굴을 두껍게 하고 마음을 검게 만들라는 뜻이다. 친타오는 여러 역사서에 기록된 '사마의'의 면후심흑(面厚心黑) 행적을 추적한 책 '결국 이기는 사마의'를 통해, 면후심흑(面厚心黑)의 구체적인 모습과 한계를 지적한다. 600페이지 가까운 두꺼운 책을 관통하는 '사마의' 행동 철학은 크게 세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1. 군주가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군주가 자신의 생각대로 정사를 처리해서 실패하도록 내버려 둔다. 동료나 부하가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에도 역시 실패해서 파멸하도록 내버려 둔다. 2. 나라와 백성의 이익보다는 '나의 안위'에 방점을 두고 행.. 2024. 10. 21. 엘리트들의 자해 행위 - 한나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한나아렌트는 책 '전체주의의 기원'에서는 히틀러의 나찌나 스탈린의 폭정이 선동과 속임수에 의해서 발생되지 않았으며, 대중과 유식한 엘리트의 철저한 지지에 의해서 탄생했다는 난처한 진실을 폭로한다. 전체주의를 만들어내고 지탱한 것이 대중이라는 얘기는 '다수의 지배'를 근간으로 삼는 민주주의 제도의 심각한 결함을 의미하는 것이고, 유식한 엘리트가 전체주의의 탄생과 발전에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동참했다는 얘기는 지식인이라는 무리의 존재 가치를 무너뜨리는 것이기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나아렌트의 분석은, 빛나는 지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만들어내고 구성원을 희생하면서까지 어리석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일반적인 '기업' 조직의 전체주의적인 특성을 분석하는.. 2024. 10. 21. 이전 1 ··· 5 6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