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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증식하는 일 일이라는 건 암세포와 같다. 내버려두면 끝없이 증식하고 결국 그 일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기반이 되는 조직을 망가뜨린다. 따라서, 실행력이 강하고 성과를 제대로 만들어 내는 조직일 수록 일을 새로 시작하는 것 이상으로 일을 없애는 것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일을 없애지 않으면 새로운 일이 들어갈 여지가 없어진다. 빛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새로 추가되는 '일'은 당장은 조직을 이롭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없어져야 하는 일을 없애지 않은 상태에서는 일이 추가되기만 한다면 조직의 피로도를 높이기만 할 뿐이고 결국은 조직의 힘을 약화시키기 마련이다. 현실은 어쩔 수 없다는 토로를 자주 듣는다. 그 얘기는 조직의 생존 또는 생명력 지속이라는 더 중요한 현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경제학에는 파레토 효율(-效率, P.. 2024. 10. 29.
데우스 엑스 마키나 - 에우리피데스 '메데이아'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메데이아'의 한 장면이다. 이아손은 아내 메데이아와 두 자식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 권력자인 여자의 아버지는 메데이아가 자신의 딸에게 해코지할 것을 염려하여 메데이아에게 추방 명령을 내린다. 메데이아는 미칠 듯 괴로와하다가, 여자와 여자의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두 자녀까지 죽여버리고 만다. 모든 것을 잃은 이아손은 복수를 위해 메데이아의 집 문을 두드린다. 소포클레스의 비극이었다면, 이아손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서 발생된 어찌할 수 없는 한계상황 속에서 괴로와하다가 용서받지 못할 악녀 메데이아를 죽이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식의 결말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에우리피데스는 여기서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종결짓는다. 태양신이 메데이아에게 수레를 내려주고 메데이아는.. 2024. 10. 28.
절망과 행복의 시뮬레이션 - 임세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바닥에 전기충격 장치를 설치한 상자 속에 쥐를 넣으면, 쥐는 전기충격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탈출을 시도하지만 시간이 약간 흐른 뒤 상자 속에 어떠한 탈출구도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면서는 탈출을 포기하고 '절망'을 받아들인채 전기충격이 그대로 발생하는 괴로운 바닥에 엎드린채 미동도 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절망'을 학습한 쥐와 '절망'을 학습하지 않은 평범한 쥐를 물에 빠뜨렸을 때,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에서 두 쥐는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절망을 '학습'한 쥐가 더 빨리 생존을 포기한다. 사실, 탈출구를 일부러 없애버린 수조가 아닌 이상, 물에 빠진 쥐가 죽음에 이를 확률은 매우 낮다. 발버둥치다 보면 어느 순간 물가에 도달하게 될거고, 실험용 수조였다 하더라도 실험자가 죽기.. 2024. 10. 28.
지식의 용도 - 장자 '양생주' 장자는 양생주(養生主)편을 통해 삶은 유한하지만 앎은 무한하므로, 유한한 인간의 삶으로 앎이라는 무한한 것을 추구하면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고 경고한다. 즉, '앎'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삶을 위한 '앎'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보면, 나와 남이 겪고 있는 '삶'의 희로애락을 직면하여 바라보고 공감하는 것이 '앎'을 시작하기 위한 필수적인 준비라고 연결하여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삶보다 '앎(지식)'을 먼저 습득하고 그 '앎(지식)'의 잣대로 삶을 재단하고 그게 전부인 줄 알는 헛똑똑이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놓칠 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복에도 해를 끼치기 쉽다. 장자가 유한한 삶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한 한자가 涯(물가 애)인 것이 의미 심장하다. 물가 애는 언덕 애(厓)와 물 수(水).. 2024. 10. 28.
불행 사용법 - 카뮈 '페스트' 이럴수가.. 나에게도 불행이 닥쳤다. 어떻게 해야할까?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는 거역할 수 없는 불행에 대한 세가지 유형의 반응 또는 이해가 나온다. 도피.. 이 모든 불행은 나와 상관없으니 바라보지 않으면 그리고 내가 떠나버리면 그만이다라고 믿는다. 하지만, 떠나는 것이야말로 불행을 예방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소설 속 도피 추구자는 결국 탈출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려는 신의 섭리.. 신부는 이 모든 고난은 우리를 사랑하는 신의 섭리라고 설교하지만, 섭리 어쩌구를 따지기 전에 곁에서 고통받는 이웃이나 돌보라는 반론에 부닥치고 교훈을 깨닫기도 전에 신부 자신도 숨을 거둔다. 반항.. 이 무차별적인 불행이 자연의 원칙이라면, 이 자연을 만든 신은 '유죄'이며 인간은 이 원칙에 도전해야 한다. .. 2024. 10. 28.
깨진 유리창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중요한 이유는 깨진 유리창 한개로 인해 발생된 피해보다는 그것이 초래할 파급효과 때문이다. 이 법칙을 기업 경영에 적용해보려고 시도할 때, 필연적으로 부닥치게 되는 이슈는 어떤 현상을 '깨진 유리창'으로 간주해야하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리더 입장에서는 자신의 말에 절대적인 순종을 하지 않는 구성원의 행동에 대해서 '깨진 유리창'이라고 간주하기 쉽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구성원을 내버려두면, 조직문화가 다 흐트러질 수 있으니 일견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리더가 구성원에게 요구한 것은 무엇이었고, 깨진 유리창으로 간주되는 '구성원의 행동'이 과연 무엇을 거부했던 것이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리더가 요구한 것이 '승리 만들어 내기 위한 팀의 전략'.. 2024.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