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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과 CEO35

주역과 CEO 51 - 중뢰진 重雷震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주역의 51번째 괘 중뢰진(重雷震)은 우뢰 위에 우뢰가 올려져있는 형상이다. 하늘이 어두어지고 천둥이 울리고 대지가 함께 흔들린다. 세상이 망하려나.. 두려움에 흔들리는 중뢰진 괘는 뒤따라 이어지는 다음 장면인 중산간 괘의 고요함에 도달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이해하는게 맞다. (물론 그 반대도 역시 옳다) 중산간(重山艮) 괘는 산과 산이 겹쳐있다. 그래서 고요하다. 양자역학의 쌍생성, 쌍소멸처럼 인생의 아비규환과 희로애락은 맥락없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사람들은 그 맥락없음을 견디지 못하고, 눈 앞의 현상 뒤에 거대한 힘(또는 신)이 존재한다고 믿.. 2024. 10. 20.
주역과 CEO 47 - 택수곤 澤水困 공자가 진나라에 머물 때, 식량이 떨어지고 여러 제자들이 병들어 눕게 되었다. 화가 난 자로가 공자에게 따지듯 묻는다."(선생님을 가르침을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러한 가난을 겪는게 과연 맞는건가요?" 공자는 대답한다."군자는 단단하게 궁핍한 시간을 보내지만(군자고궁, 君子固窮), 소인은 궁핍해지면 함부로 행한다" 공자는 '군자'이니까 궁핍함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르치기 보다는 누구에게나 닥치는 위기를 '군자'로서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단단하게 위기의 시간을 지나는 군자(固窮) vs. 물이 넘치듯 함부로 행동하는 소인(窮斯濫) 주역의 47번째 괘 곤(困)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의미한다. 无咎 有言不信무구 유언불신"(위기를 겪는 자체는) 허물이 아니다. 하지만, 말을 해도 사람들이 믿어.. 2024. 10. 20.
주역과 CEO 40 - 뇌수해 雷水解 행복이 영원하지 않듯, 불행도 영원하지 않다. 메마른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이 치면서 비가 내리는 것처럼 불행이 끝난다. 주역의 40번째 괘 뇌수해는 이러한 '해갈'의 시기를 의미한다. 관도에서 조조와 원소가 명운을 건 전투를 하게 되었는데 조조가 패배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조조의 부하들은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원소와 내통했다. 예상을 깨고 조조가 원소로부터 승리하게 되어, 원소와 내통한 부하들의 편지가 공개되었다. 조조는 높이가 1장(8척, 184cm)이나 되는 커다란 구리 화로를 준비시킨다. 부하들은 자신이 저 구리 화로 속에서 타죽게 될 운명임을 직감한다. 하지만, 조조는 배신한 부하들이 아니라 편지를 화로에 넣고 태운다. 无咎무구"허물이 없다" 고난의 시기를 지나는 동안, 수많은 실수와 잘못을 하.. 2024. 10. 20.
주역과 CEO 36 - 지화명이 地火明夷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배가 만들어진 이유는 항구에 머물러 있기 위함이 아니므로, 풍랑을 만나더라도 저 먼 바다로 나아가야만 한다. 나아감(晉)에 이어지는 다음 장면으로 주역은 명이(明夷) 괘를 제시한다. "기세 좋게 출항했으나, 엄청난 태풍을 만났다" 36번째 괘인 명이(明夷)는 땅 아래에 불이 놓여있는 형상이다. 내가 아무리 불타고 있어도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 계속 불타고 싶지만 산소가 부족하다. 꺼져서 소멸할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온다. 명이(明夷)는 상처입은 빛을 의미한다. 빛도 상처 받는다. 상처입었다고 해서 빛이 아닌 건 아니다. 利 艱貞이 간정"고통스럽더라도 올바름을 굳게 지켜야 이롭다" 利艱貞 晦其明也"고통스럽더라도 올바름을 굳게 지킨다는 건, 현명함을 감.. 2024. 10. 20.
주역과 CEO 33- 천산둔 天山遯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아름답게 오래 이어지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삶은 꼭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아름다울 수 없는 관계라면 더 깊어지기 전에 빨리 각자의 길을 가는게 현명하다. 주역의 33번째 괘 천산둔(天山遯)은 하늘 아래에 산이 놓여져 있는 형상이다. 얼핏 보면 평화로울 수 있는 모습이지만, 32번째 괘 뇌풍항(震風恒)의 우뢰와 바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함께 변해가는 관계와는 크게 대비된다. 하늘이 어떻게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든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 평화로워보이지만 이 둘 사이에는 관계맺음이 없다. 시간이 흘러갈 수록 하늘이 지치거나 산이 깎이는 수준의 변화만 존재한다. 이런 방식의 변화는 양자 모두에게 아름답지 않다. 스피노자의 단어를 빌리자면 코나투스(.. 2024. 10. 20.
주역과 CEO 30 - 중화리 重火離 주역은 30번째 괘 중화리(重火離)를 마지막으로 전반부인 상편을 마무리한다. 중화리는 불 위에 또 불이 있는 형상이다. 주역의 저자는 불 위에 불이 놓여있는 30번째 괘에 리(離)라는 이름을 붙였다. 갑골문을 보면 한자 리(離)는 새를 사냥하는 손의 모습이다. 새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새가 날아가 버렸다.  30번째 괘까지 군자는 쉼없이 달려왔지만 새가 날아가 버렸다. 허탈함에 주저 앉을지 아니면 다시 일어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履錯 然리착연"밟히고 어긋나 버렸다. 모든게 자연스럽다" 처참하게 무너져 버리고 나니,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꽤 괜찮다고 생각했던 내가 과연 다른 사람과 무엇이 다른지 헤깔린다. 하지만, 이런 일이 나에게만 생기는건 아니다. 그러니 이상하지 않다. 자연스럽다. 敬之.. 2024.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