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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과 CEO

주역과 CEO 36 - 지화명이 地火明夷

by pied_piper33 2024. 10. 20.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배가 만들어진 이유는 항구에 머물러 있기 위함이 아니므로, 풍랑을 만나더라도 저 먼 바다로 나아가야만 한다.
 
나아감(晉)에 이어지는 다음 장면으로 주역은 명이(明夷) 괘를 제시한다. "기세 좋게 출항했으나, 엄청난 태풍을 만났다"
 
36번째 괘인 명이(明夷)는 땅 아래에 불이 놓여있는 형상이다. 내가 아무리 불타고 있어도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 계속 불타고 싶지만 산소가 부족하다. 꺼져서 소멸할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온다.
 
명이(明夷)는 상처입은 빛을 의미한다. 빛도 상처 받는다. 상처입었다고 해서 빛이 아닌 건 아니다.
 
利 艱貞
이 간정
"고통스럽더라도 올바름을 굳게 지켜야 이롭다"
 
利艱貞 晦其明也
"고통스럽더라도 올바름을 굳게 지킨다는 건, 현명함을 감추는 것이다"
 
내 가치를 세상이 몰라 줄 뿐만 아니라, 사방이 적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빛'을 비출 방법이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주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주역이 말하는 그 '올바른 행동'의 의미가 신선하다.
 
주역은 남이 몰라주더라도 그 빛을 계속 뿜어 내기 보다는 오히려 빛을 숨겨야 한다고 가르친다. 즉, 한 타임 쉬어가라는 얘기이다.
 
기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는 어떤 행동도 경거망동으로 폄하되기 쉽고, 공격의 빌미가 된다.
 
內難而能正其志
내난이능정기지
"속으로는 힘들겠지만 그래야 그 뜻을 지킬 수 있다"
 
빛이 사용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빛을 지키는 것 또한 군자가 수행해야 할 도리인 것이다. 소영웅주의에 빠져서, 자신을 희생하면 안된다. 그건 무책임하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은 최악의 상황에서 자신을 지킨다.
 
세상은 계속 변한다. 변화하는 세상.. 그것이 희망의 증거가 된다. 그러니, '빛'을 가진 자는 꾹참고 자신을 지키고 있다가 때가 왔을 때 숨겨 두었던 그 빛을 뿜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