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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과 CEO

주역과 CEO 29 - 중수감 重水坎

by pied_piper33 2024. 10. 15.
상황은 계속 악화된다.
주역의 29번째 괘 중수감(重水坎)은 물 위에 또 물이 놓여있는 형상이다. 물 밖으로 나오려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계속 물 속이다. 암담하다.
習坎入于坎窞 凶
습감입우감담 흉
반복해서 구덩이에 빠진다. 구덩이를 벗어난 줄 알았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새로운 구덩이에 와있다.
坎有險 求小得
감유험 구소득
위험을 무릅쓰고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하지만 얻는 것은 매우 적다.
來之坎坎 險 且枕入于坎窞 勿用
래지감감 험 자침입우감담 물용
들어와도 나가도 모두 구덩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위험하다. (이제 자포자기 하여) 베개를 들고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숨으려는 사람은 쓰면 안된다.
係用徽纆 寘于叢棘 三歲 不得 凶
계용휘묵 치우총극 삼세 부득 흉
포승줄에 묶이고, 가시덤불에 갇힌다. 3년을 버텨도 얻는게 없다.
발버둥쳐도 구덩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 스톡데일 중령은 8년간의 끔찍한 포로생활에서 풀려난 후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이 포로생활을 극복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낙관주의자들이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나갈 수 있을거야라고 믿었으나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고, 이번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거야라고 기대했으나 부활절도 지나가고, 추수감사절에는 나갈 수 있겠지라고 낙관했지만 결국 크리스마스를 다시 맞이하게 되면, 그들은 낙담하면서 죽었습니다."
"언젠가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흔들림없이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눈 앞의 잔인한 현실에 대해서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어야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유래한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낙관주의가 실질적으로 가치있기 위해서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을 직시하는 극단적인 현실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주역은 끝없는 구덩이에 빠진 상황에서도 놓치지 말고 해야할 일을 알려준다.
樽酒 簋貳 用缶 納約自牖 終无咎
준주 궤이 용부 납약자유 종무구
술 한동이와 밥 두그릇을 소박한 질 항아리에 담고, 창을 통해 주고받으며 즐기면 결국 허물이 없다.
구덩이에 함께 빠져 있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의미한다. 다들 어려움에 처해있으니 기름진 음식을 구할 수는 없겠지만, 질 항아리에 담긴 밥과 술이라도 귀중하게 여기면서 서로 대접하며 격려해야 한다.
坎不盈 祗旣平 无咎
감불영 지기평 무구
구덩이가 아직 채워지지 않더라도, 공경하는 마음이라도 이미 평평하게 정리되어 있다면 허물이 없다.
끝없는 악몽 속에서 할 수 있는 또 한가지는 내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무력감에 자포자기하여 무례하게 행동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것이 상황을 고려하여 용납되기도 한다. 하지만, 주역은 그럴 때일수록 예의를 갖추는 마음과 행동을 유지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모든게 꼬이고 하는 일마다 막히는 상황이라면,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내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건 여전히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 속에 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곧 밝은 빛이 보일 것이라고 기대는 하지말자.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되었든 끝은 반드시 있을 수 밖에 없으니 어둠 속에서라도 소중한 사람들과 연대하고 흐트러짐 없는 몸가짐을 유지하면서 빛을 누릴 자격을 스스로 갖추는게 필요하다.
* "Oh, that's easy, the optimists. Oh, they were the ones who said, 'We're going to be out by Christmas.' And Christmas would come, and Christmas would go. Then they'd say, 'We're going to be out by Easter.' And Easter would come, and Easter would go. And then Thanksgiving, and then it would be Christmas again. And they died of a broken heart. This is a very important lesson. You must never confuse faith that you will prevail in the end—which you can never afford to lose—with the discipline to confront the most brutal facts of your current reality, whatever they might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