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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과 CEO

주역과 CEO 27 - 산뢰이 山雷頤

by pied_piper33 2024. 10. 15.
주역은 27번째 괘 산뢰이(山雷頤)를 통해 먹이고 기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산뢰이(山雷頤)는 산 아래에 우뢰가 놓여있는 형상이다.
펄떡이는잠재력을 가진 우뢰를 무거운 산으로 꼼짝 못하게 눌러둘 것인가 아니면 그 에너지를 꺼내어 큰 일을 이룰 것인가는 잠재력이 실력이 될 수 있도록 어떻게 먹이고 길러내는가에 달려 있다.
舍爾靈龜 觀我 朶頤 凶
사이영구 관아 타이 흉
주역은 군자에게 '너는 이미 신령한 거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리더에게 지금 함께하고 있는 조직 그리고 구성원이 위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는 가르침이다.
하지만, 큰 일을 꿈꾸는 리더의 눈에는 자신과 함께하는 식구들이 어설퍼 보일 수 있다. 이는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한 리더의 잘못이지 구성원의 역량 문제가 아니다.
주역은 함께 하는 식구들의 잠재력을 무시하고(舍爾靈龜) 밖으로 눈을 돌리는 습관을 가진 리더에게 흉하다고 경고한다(觀我朶頤凶).
顚頤拂經 于丘頤征 凶
전이불경 우구이정 흉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모르고 밖으로만 눈을 돌리는 행위를 주역은 천에서 날줄(經)을 빼내는 행위로 묘사한다(顚頤拂經).
날줄이 빠진 천에는 아무리 비싼 실을 구하더라도 봉황새를 그려넣을 수 없다.
한자 구(丘)는 갑골문과 금문 모두에서 산과 산 사이에 끼어있는 골짜기로 묘사되어 있다. 여기서는 내가 살고 있지 않은 먼 곳의 의미로 사용된다.
즉, 먹이고 기르는 행위(頤)를 내 식구에게 하지 않고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 사람에게 하고 있다. 그렇게 오랜 세월 함께한 동지들을 버리고 돈으로 구한 외지인들과 함께 정복 전쟁을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주역은 잘 될 수 없다고 말한다(凶).
拂經 居貞 吉 不可涉大川
불경 거정 길 불가섭대천
천에서 날줄을 빼낸 실수를 파악했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옳은 방향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실수로 인한 피해가 복구될 때까지 큰 일을 도모하면 곤란하다(不可涉大川)
拂頤貞 凶 十年勿用 无攸利
불이정 흉 십년물용 무유리
집토끼를 버리고 산토끼만 좇는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내 가족을 먹여살리지 않고 집 밖을 돌아다니며 만난 뜨내기 인맥에만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10년간은 그 습성이 바뀌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이런 사람은 쓰지 않아야 한다.
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
하지만, 나와 함께 인연을 맺은 내 식구 그리고 내 가족이 소중하다는 것과 그들의 역량이 완벽하다는 것은 별개라고 봐야한다.
나와 함께 일하는 구성원을 위해서라도 밖으로부터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주역은 '조직이 목표한 바를 흔들림 없이 단단히 붙잡고 호랑이처럼 오래 관찰하는 과정을 즐겨야 한다'라고 가르친다. 여기서 우리가 알고 있는 '호시탐탐(虎視耽耽)'이라는 표현이 유래한다.
호랑이는 일희일비하면서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미동도 하지 않은채 오래 지켜보면서 기회가 왔을 때 대상을 한번에 공격하여 사로 잡는다.
由頤厲 吉 利涉大川
유이려 길 이섭대천
산 아래 잠자고 있는 우뢰가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먹이고 길러서 잠재력을 끌어내는 일은 숫돌로 칼의 날을 세우는 일과 같다. 급하다고 세게 갈면 숫돌이 망가지고, 갈기를 멈춘다면 칼에 녹이 슬기 마련이다. 또한 남들이 갈아놓은 멋진 칼이 눈에 띄면 흔들리기도 쉽다.
칼을 숫돌에 갈듯이 내 조직을 먹이고 기르는데 인내하며 오래 정성을 들인다면 큰 강을 건널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잊지 않아야 할 것 하나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보물(신령한 거북 靈龜)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제대로 먹이고 기르기 위한 첫번째 스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