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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기업경영 17 - 리더의 일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 공성사수 백성개위아자연 우리가 살면서 이루어낸 크고 작은 성공을 찬찬히 뒤돌아 보면, 뭔가의 대단한 전략이나 신화적인 노력에 의해 탄생한 작품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 보다는 순리대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성공'이라는 선에 이르게 된 케이스가 더 많다. 리더의 '기능'은 사사건건 간섭하고 지시하기 보다는 구성원들이 일하는 '하루하루의 최선'이 무리없이 성공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는 순리 또는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노자는 뛰어난 리더가 일을 하면, '업적이 만들어지고 공로가 생기더라도 백성들의 눈에는 그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라고 설명한다. 또한, 리더가 있는 줄을 알지만 리더가 무슨 기여를 했는지 구성원 입장에서는 딱.. 2024. 4. 4.
노자와 기업경영 16 - 쓴 돈이 아니라 번 돈으로 설명되어야 하는 기업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부물운운 각복귀기근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은 타인이 고생해서 번 돈이 이윤의 증대라는 명확한 목적으로 내게 잠시 맡겨졌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다. 투자는 매출이 아니다. 투자를 받았으나 돈을 벌지 못하면 더 멋있게 포장해서 다음 투자를 받고 역시 돈을 못벌고 또다시 다음 투자를 받는 것은 사실상 폰지사기와 다르지 않다. 노자는 향기가 이리저리 넘치더라도 결국은 뿌리로 돌아가게 된다(夫物芸芸 各復歸其根)고 가르친다. 자본주의 메커니즘의 뿌리는 '돈'이고 '이윤의 축적'이다. 브랜딩, 컨텐츠, 기술혁신, 고객관리 등 모든 기업활동의 결과는 쓴 돈이 아니라 번 돈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2024. 4. 4.
노자와 기업경영 15장 - 흙탕물처럼 섞이는 리더 善爲士者 混兮其若濁 선위사자 혼혜기약탁 글자 위(爲)는 갑골문에 보면 손으로 코끼리를 제어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즉, 위(爲)는 거대한 코끼리를 부려서 움직이는 사람이며 여기서 현재의 '이루다'의 의미가 만들어졌다. 선위사(善爲士)는 위(爲)를 잘한다(善)는 것이니 결과적으로 유능한 리더를 의미한다. 노자는 유능한 리더는 흙탕물처럼 섞여있어야 한다(混兮其若濁)고 설명한다. 재벌3세 경영자가 물려받은 기업을 망치는 사례를 많이 발견한다. 왜 그럴까? 1세 창업자는 말그대로 스타트업을 설립한 것이고, 창업 동료와 함께 온갖 시행착오를 온몸으로 겪으며 지금의 회사를 만들어냈다. 회사 내에서 사업을 가장 잘 이해하고 통달한 사람은 1세 창업자일 가능성이 크다. 2세 창업자는 대부분 기업이 자리 잡히기 전에.. 2024. 4. 4.
노자와 기업경영 14 - 과거라는 환상 執古之道 以御今之有 能知古始 是謂道紀 집고지도 이어금지유 능지고시 시위도기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는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하고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빅브라더의 슬로건이 나온다. 현재를 지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소설 속에서 빅브라더가 선택한 방식은 이렇다. 진실을 알면서도 교묘하게 꾸민 거짓말을 한다. 두가지 견해를 동시에 지지하고 그 두가지가 모순인 줄 알면서도 동시에 믿게 한다. 논리를 사용하여 논리에 맞선다. 도덕을 주장하며 도덕에 거부한다.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관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놓을 수록 과거를 왜곡하기 쉽고, 과거가 왜곡되면,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흐름이 왜곡되고 비로소 미래에 대한 예측과 희망도 왜곡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지오웰이.. 2024. 4. 4.
노자와 기업경영 13 - 기업의 관심사 寵辱若驚 총욕약경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시장이 결정한다. 즉, 시장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그 가치가 금전적 이익으로 환원이 되면 성공하고 그렇지 않으면 망한다. 따라서 모든 기업 구성원의 관심은 시장에 맞추어져야 한다. 시장은 칭찬도 비난도 하지 않는다. 그저 선택을 하고 지갑을 열어 소비할 따름이다. 노자는 칭찬과 비난 모두에 대해 몸 가짐을 삼가하라고 경고한다(寵辱若驚). 칭찬에 취해 우쭐하는 것과 비난에 상처받고 기죽는 것 모두 시장에 대한 이해력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2024. 4. 4.
노자와 기업경영 12 - 기능으로서의 리더 爲腹不爲目 위복불위목 중세유럽의 봉건영주와 농민은 각자가 생산한 가치를 서로 주고받는 거래관계가 아니었다. 즉, 농민은 영주에게 줄 것(농산물)이 있었으나 영주는 농민에게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영주가 농민으로부터 세금을 걷기 위해서는 신분제도와 무력을 통해 농민의 신체적/인격적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필요했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억압에 대해 경제외적 강제라고 이름을 붙였다. 경제외적 강제를 통해서는 특정인에게로 가치의 쏠림이 생길 뿐, 전체적인 경제적 가치는 오히려 줄어든다. 기업의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리더가 구성원을 위해 창출하고 제공하는 명확한 기능이 없이, 소위 '지시'하는 역할만 하고 지위를 통해 억누르기만 한다면, 중세의 영주와 다를바 .. 2024.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