執古之道 以御今之有 能知古始 是謂道紀
집고지도 이어금지유 능지고시 시위도기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는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하고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빅브라더의 슬로건이 나온다.
현재를 지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소설 속에서 빅브라더가 선택한 방식은 이렇다.
진실을 알면서도 교묘하게 꾸민 거짓말을 한다.
두가지 견해를 동시에 지지하고 그 두가지가 모순인 줄 알면서도 동시에 믿게 한다.
논리를 사용하여 논리에 맞선다.
도덕을 주장하며 도덕에 거부한다.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관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놓을 수록 과거를 왜곡하기 쉽고,
과거가 왜곡되면,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흐름이 왜곡되고 비로소 미래에 대한 예측과 희망도 왜곡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지오웰이 노자를 읽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빅브라더는 노자를 알고 있었던 듯 하다. 노자의 뜻을 제대로 악용했으니 말이다.
執古之道 以御今之有
집고지도 이어금지유
대부분의 주석서에서 틀리게 해석하는 문장이다.
여기서 以(이)는 A 以 B의 형태 즉 B로써 A를 한다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문법적으로 적확하다. (참고로 위 문장의 집고지도와 어금지유는 품사 연결구조가 동일하다)
노자는 지금의 있음(今之有) 즉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다스림(御)으로 과거의 옳고 그름(道)을 파악할 수 있다(執)고 가르치고 있다.
여기서 한자 집(執)은 갑골문으로보면 수갑을 채워서 죄인을 데려가는 형상이다. 마땅히 제대로 통제하고 끌고 가야할 것을 끌고 가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지금의 '움켜쥐다'의 뜻이 시작되었다.
즉, 현재에 대한 집요한 이해가 과거로부터 휘둘리지 않는 전제조건이라는 얘기라고 봐야 한다.
예전에는 좋았지, 그런데 어쩌다 지금은 이렇게 되었는지 몰라..라는 한탄에 노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를 과거가 만든 것이다. 과거는 현재를 만들어낸 모태일 뿐이니 과거에 대한 환상을 품지 말아야 한다.
노자는 현재를 적확하게 이해해서 과거의 환상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을 때 과거의 시작(能知古始)과 현재로 이어진 흐름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이때 비로소 미래로 이어지는 길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是謂道紀)고 설명한다.
기업 경영은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의 게임이고, 미래의 이익을 위해 현재의 노력을 기울이는 현장이다.
과거라는 환상이 또는 환각이 긍정적인 내용이든 부정적인 내용이든 중요하지 않다.
현재에 대한 정확하고 냉정한 판단을 통해 과거로부터 이어진 흐름을 기계적으로 분석하여 인과관계를 파악한 후,
이을 것은 잇고 끊을 것은 끊으며 미래를 준비하면 그만이다.
조지오웰의 '빅브라더'는 소설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현실을 직시하는 것을 방해하면서 과거를 왜곡하고 미래를 위해 힘있게 치고나가지 못하게 한다.
현실을 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이 내가 그리고 기업이 원하는 미래를 만드는 시작이다.
빨간약을 먹을지 파란약을 먹을지에 대한 모피어스의 질문에 노자는 빨간약이라고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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