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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

답을 알고 있더라도 - 한비자 '방렴직광'

by pied_piper33 2024. 10. 31.

"지금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면서도 도리어 실패하게 되는 까닭은, 도리를 알지 못하면서도 잘 아는 이에게 묻거나 능력있는 자에게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데에서 생기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아는 이에게 묻거나 능력 있는 자에게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데도 성인이 억지로 그 실패를 나무라면 그들은 원망을 한다.

성인이 아닌 사람들은 그 수가 많고 성인은 그 수가 적으니 적은 수가 많은 수를 이기지 못하는 것은 마땅한 이치이다.

지금 행동을 취하여 천하 사람들과 원수가 되는 것은 몸을 온전히 하여 오래도록 사는 길이 아니기에 그 까닭으로 궤절에 맞추어 행하면서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 한비자 '방렴직광(方廉直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solution은 다수의 동의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보다는 '지혜'와 '통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플라톤은 소수 귀족에 의해 통치되는 최선자정체(aristocracy)를 추구했으며, 다수에 의한 통치인 민주주의(democracy)를 참주정(tyranny)에 이은 두번째로 나쁜 정치체제로 분류했다.

민주주의라는 것을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한다면 플라톤과 같은 결론를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만,

민주주의를 최악의 결과를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으로 이해한다면, 플라톤의 최선자정체는 최선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최악을 택하는 어리석은 선택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한비자의 가르침은 플라톤에 비해 좀 더 현실적이다.

Solution을 가지고 있는 사람(성인)은,

자시의 solution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타박하면서 자신을 드러낼 것이 아니라 궤절(도리 또는 법도)에 맞추어 처신하면서
때를 기다리라고 한비자는 가르친다.

대중 다수가 solution을 알고 있다면, 현안의 문제는 더이상 문제로 머물러 있지 않고 이미 해결되어 있을 테니 언급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대중 다수가 solution을 모르고 있는 상황인데 이때 대중 다수를 적으로 만들어 버릴 경우, solution을 적용해보기도 전에 목숨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경고는 지금의 현실에도 여전히 통찰력이 있다.

자신의 앎과 깨달읆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고,
스스로 자중하며
도리와 법도에 맞게 행동하면서 기회를 얻어야 한다.

내가 옳고 네가 틀리다고
입으로 말하고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것으로 상대가 설득이 되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주 별개의 이슈라고 봐야한다.

이것이 별개인 것을 인정하지 않고, 말부터 뱉어내는 것은 스스로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이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