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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기업경영

노자와 기업경영 25장 - 인법지 人法地

by pied_piper33 2024. 10. 10.
人法地
인법지
한자 법(法)에 대해서, 물 수(水)와 갈 거(去)가 조합된 글자로 물처럼 흘러가게 하는 것이 법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그런데, 법(法)이라는 한자는 춘추전국시대에 지역마다 서로 다르게 사용되었던 글자(대전체)를 진시황이 승상 이사를 통해서 통일한 표준 문자(소전체)에서야 등장하고,
그 이전까지는 더 복잡한 형태의 灋의 모습으로 사용되었다.
즉, 法은 원래 있었던 글자가 많이 축약된 것이므로, 글자의 유래와 해석은 法만으로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법을 의미한 원래의 글자인 灋은 물 수(水)와 신성한 동물 치(廌), 사람(士), 그릇(厶)으로 구성된 상형문자였다.
AD 100년 후한의 허신이 쓴 한자 사전인 설문해자에서는, '법은 물처럼 평평한 것이며 신성한 동물인 치(廌)가 바르지 않은 사람을 처벌한다'라고 설명한다.
AD 100년이면 갑골문자가 발견되기 전이고, 소전체와 대전체 그리고 금문에 대한 지식이 컴퓨터를 통해 방대하게 데이터 베이스화된 정보를 활용할 수 없었던 시대이니, 글자에 대한 해석과 설명이 약간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시라카와 시즈카는 책 '상용자해'를 통해 고대의 종교와 풍습을 고려하여 조금 더 현실적인 해석을 제안한다.
다툼이 발생하여 서로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신관 앞에 온 두사람은 각각 제물로 쓰일 동물을 데리고 오고, 자신의 주장이 들어있는 축문을 그릇에 넣은 상태에서 신관으로부터 재판을 받는다.
그리고, 재판에 이긴 사람은 데리고 온 제물의 가슴에 승리의 문신을 새기고 패배한 사람은 제물과 축문이 들어있는 그릇과 함께 강물에 버려져서 떠내려가는 형벌을 받는다.
법(灋)은 이러한 재판과 패배한 자에 대한 처분을 묘사한 글자인 것이다.
(참고로 이긴 사람의 행동을 묘사하여 기뻐할 경(慶)이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법(灋)이라는 한자에서의 버리다와 절대적인 복종의 의미가 생성되었다.
결론적으로 노자가 도덕경을 쓰던 시대에 있어서 법(灋)은 목숨을 담보로 한 절대적인 복종을 의미하는 글자였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다.
노자는 '사람은 땅에 복종해야 한다(人法地)'라고 가르친다.
땅은 어머니이며 생산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기업의 경영은 가치가 생성되는 곳에 복종해야 한다.
비즈니스에 있어서 가치가 생성되는 곳은 '공장'과 '시장'이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 시장을 통해 교환되면서 '가치'가 창출된다. 나머지는 그 가치의 창출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도울 따름이다.
하지만, 기업 구성원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분들이 일하는 곳이 오히려 '생산을 하는 공장'과 '기업이 고객을 만나는 현장'이기도 하다.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과 겉은 화려해도 결국은 실패하는 기업의 차이는 여기서 발견될 수 있다.
공장과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곳에 적절히 자원을 투입하고 동기부여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사람이 땅에 복종해야하는 것처럼, 경영은 '공장'과 '시장'에 복종해야 한다. 복종은 단순한 선택의 이슈가 아니라, 살고 죽는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경영에서 '복잡하고 화려한 먹물'을 제거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