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갱이 맹자에게 묻는다. "아무리 왕이 선생님께 가르침을 부탁했다고 하더라도, 수백명을 끌고 찾아가서 얻어먹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타당한 지적이다. 왕은 맹자를 만나고 싶었을 따름이니, 거지꼴을 하고 따라온 무리까지 먹이고 재우는건 도리에 맞지 않아보인다.
여기서 공자와 맹자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공자가 순리를 따라 개는 개대로, 걸은 걸대로, 윳은 윳대로 활용하는 지혜를 설파했다면, 맹자의 접근은 '모'아니면 '도'였다. 즉, 민심은 천심인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현실 공간에서의 권력을 쥐고 흔드는 '왕'이 순리를 깨닫지 못하고 엉망으로 국가를 경영한다면 세상이 평화로워지기 만무하니, '왕'을 직접 가르쳐서 깨우쳐야 한다는게 맹자의 생각이었다.
따라서, 공자의 육포 한꾸러미와 같은 소박한 접근으로는 왕의 생각과 자세를 파악하지 못하고 가르침의 환경을 구축하지 못한다.
맹자가 팽갱에게 답한다. "순임금은 정도를 행하고 요임금으로부터 천하를 받았다. 이것도 지나치다고 보는가?"
맹자는 부국강병의 현실적인 이론을 기반으로 나라와 나라가 죽고 죽이는 치열한 전국시대를 살았고, 변방의 진나라가 상앙의 개혁을 통해 강국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그 가치와 한계를 알고 있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힘에 의한 패권 획득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국가의 번성과 백성의 행복이 일치시키기 위해 왕이 마땅히 가야할 길을 가르치려 했다.
왕을 가르치려면 왕이 움직일 만큼의 댓가를 요구하는게 맞다. 그만큼의 댓가로 왕의 그릇과 자세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가르치는 사람이 위태로워와 질 수도 있다.
크게 변화시키려면 크게 베팅하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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