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부패한다. 그리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 존 액튼
주역의 17번째 장면 택뢰수(隨)를 지나면서, 큰 일을 이루어낼 수 있는 좋은 팀을 갖게 된 군자가 만나게 될 다음 운명은 어떤 모습일까?
주역은 펼치는 다음 장면 18번째 괘 산풍고(山風蠱)는 성공에 이어서 따라오는 필연적인 '부패'를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산전수전을 겪으며 인격적인 성숙도를 높여온 군자가 성공 한번 했다고 바로 부패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주역에서 경고하는 부패는 군자의 부패가 아니다.
괘의 이름인 글자 고(蠱)는 그릇(皿)에 벌레(蟲)가 들어있는 모습이다.
즉, 군자가 큰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큰 그릇에 해충이 먼저 자리잡고 있는 형국이다. 어쩌나..
幹父之蠱 有子考 无咎 厲 終吉
간부지고 유자고 무구 우 종길
해충의 정체는 아버지였다. 자식이 성공하니 아버지가 문제를 일으킨다. 자식은 아버지가 저지르고 있는 부패를 덮어버리기도 그렇다고 폭로하여 처벌하기도 어렵다.
주역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고민하라고(考) 강권한다. 그리고 단호해야만(厲) 끝이 아름답다고 조언한다.
幹母之蠱 不可貞
간모지고 불가정
이번에는 어머니가 문제를 일으킨다. 주역은 지금까지 지속해온 효도의 방식을 유지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幹父之蠱 小有悔 无大咎
간부지고 소유회 무대구
아버지에게 부패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그렇게 하고나니 마음이 괴롭고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큰 허물이 없다.
裕父之蠱 往 見吝
곡부지고 왕 견린
너무 인간미가 떨어지는 것 같은 마음의 괴로움 때문에 한발짝 물러서서 아버지의 부패를 너그럽게 눈감아 드린다(裕), 어디를 가더라도 크게 낭패를 당한다.
幹父之蠱 用譽
간부지고 용예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아버지의 부패를 바로 잡는다. 안타깝게도 주역의 주인공인 군자는 한번에 칼같이 가족의 문제를 해결해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해낸다면 명예롭다.
不事王侯 高尙其事
불사왕후 고상기사
이 문장에서 한자 사(事)가 두번 나온다. 첫번째 사(事)는 동사로서 '섬긴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부모의 부패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왕과 제후를 섬기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不事王侯). 위계 질서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하늘의 뜻을 추구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한다.
두번째 사(事)는 명사로서 '일, 과업'을 의미한다. 나보다 높은 사람을 위해 또는 그 사람으로부터 칭찬 받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늘의 뜻이 담긴 그 '일' 자체를 통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을 더 높게 숭상할 수 있게 된다(高尙其事).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하던가.. 뭔가 잘 풀리려고 하는 찰나에 가장 가깝고 가장 소중하고,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일을 망치는 일이 발생했다.
슬프기도 하고 좌절스럽기도 할 듯 하다. 하지만, 주역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매우 형통하다'고 정의한다.
으레 발생하는 일이다. 통과의례처럼 당연히 겪어야하는 일이 굳이 너무 괴로와 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주역은 가까운 이들의 부패를 이야기하는 산풍고를 이렇게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
元亨 利涉大川 先甲三日 後甲三日
원형 이섭대천 선갑삼일 후갑삼일
"시작하기전에 잠시, 그리고 시작한 후에 잠시 일어나는 일이다.
크게 형통하니 굴하지 말고 큰 강을 건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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