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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과 CEO

주역과 CEO 19 - 지택임 地澤臨

by pied_piper33 2024. 4. 4.

주역의 19번째 괘는 림(臨)이다.

군자는 18번째 괘 고(蠱)를 통해 큰 그릇에 담긴 벌레(측근의 부패)의 문제를 해결했다. 드디어 제대로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었다.

이제 주역이 말하는 리더쉽을 살펴보자.

주역은 함림(咸臨), 감림(甘臨), 지림(至臨), 지림(知臨), 돈림(敦臨)의 다섯가지 유형의 리더쉽을 보여준다.

咸臨 貞 吉
함림 정 길

함림(咸臨)의 함(咸)은 갑골문에서 축문이 담긴 그릇을 도끼를 들고 지키는 모습으로 그려져있다.

리더쉽의 출발점은 조직 구성원이 모두 추구하는 비젼을 수립하고 흔들림 없이 그 비젼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이다.

창출하려는 '가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의 '이익 추구'만을 위해서 모인 조직은 당장은 화려할 수 있지만 오래 가기 어렵다.

어디에서나 인정받고 더 많은 보상을 받는게 당연한 우수 인재일수록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이익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리더가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첫번째 기능은 조직 구성원이 공유하여 함께 추구하는 비젼을 수립하고 흔들림 없이 그 비젼'을 추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甘臨 无攸利 旣憂之 无咎
감림 무유리 기우지 무구

감림(甘臨)은 말 그대로 달콤한 리더쉽을 의미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따뜻한 말과 배려는 언제나 옳다. 하지만, 험한 세상살이에서 그러한 달콤함을 지속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주역은 달콤한 리더쉽에 대해서 근심이 생기지만 허물은 없다고 설명한다.

至臨 无咎
지림 무구

한자 지(至)는 갑골문을 보면 과녁에 꽂힌 화살의 모습이다. 지림(至臨)은 정확한 리더쉽을 의미한다. 지림의 리더가 구사하는 언어는 모호하지 않다. 듣는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해석할 여지를 두지 않는다. 따라서 구성원은 리더의 말 바꾸기를 걱정하지 않는다. 리더는 자신의 '말'이 가진 무게감을 인식하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

知臨 大君之宜 吉

지림(知臨)은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를 의미한다. 조직이 크든 작든 현장에 대한 가장 정확한 지식은 현장 담당자가 가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가장 먼 사람이 리더인데, 현장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경영상의 의사결정은 리더가 내려야 한다. 이는 모든 조직이 겪고 있는 부조리이고 대부분의 리더들이 힘들어하는 한계 상황일 것이다.

갑골문에 보면 한자 지(知)는, 신에게 제사 지내는 향로 그릇을 가운데에 두고 양 옆에 화살과 방패가 놓여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전쟁을 할지 말지, 누구와 싸울지.. 신에게 묻는 상황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21세기에도 점을 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결정을 내려야 하는 어려움은 동일하다.

리더는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리더쉽의 퀄리티는 리더가 내리는 의사결정의 타이밍과 완성도에 정확하게 비례할 수 밖에 없다.

敦臨 吉 无咎
돈림 길 무구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확보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한다면 헛발질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주역이 제안하는 리더쉽의 형태는 돈림(敦臨)이다. 돈(敦)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이 쌓이고 관계가 두터워진 것을 의미한다.

의사결정이 틀렸을 때, 구성원은 자신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을 걱정하지 않으며 사실을 이야기해야 하고 리더 역시도 권위의 붕괴를 두려워할 필요없이 인정하고 수정해야한다. 이런 방식의 Agile한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은 영점이 잡혀지고 보다 완벽하게 발전하게 된다.

앞서 설명한 달콤한 리더쉽(감림 甘臨)도 리더 자신에게는 고통스러울 수 있으나, 돈림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라면 충분히 해볼만한 투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