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큰 운을 얻었고 여기에 겸손까지 배웠으니, 사는게 즐겁다.
주역의 16째 괘 예(豫)는 땅 위에 우뢰가 있는 형상이다. 고대의 사람들은 우뢰 소리에서 음악을 연상했다. 하늘에서 음악이 울리고 나면 대지를 적시는 비가 내리기 마련이다. 산천초목이 목을 축이고 생성의 축제가 열린다.
그래서, 예(豫) 괘는 즐거움을 의미한다.
우리는 어떻게 즐거워해야 하는가..
鳴豫 凶
명예 흉
"즐거움을 자랑하면 흉하다"
역시 주역다운 첫마디이다. 주역은 즐거움을 설명하는 첫구절부터 초를 친다.
즐거움은 내가 굳이 자랑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서 주위 사람들도 느낄 수 있다. 내가 즐거운 순간에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즐거울 수는 없다. 누군가는 슬픔의 시간을 지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자랑하지 않으면 나의 즐거움에 기꺼이 박수쳐줄 수 있지만, 자랑하고 뽐내는 순간 그 마음이 닫힌다. 내 운을 내가 박차는 것이다.
介于石 不終日 貞吉
개우석 불종일 정길
"돌 위에서 외톨이가 된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처신을 바르게 하면 길하다."
갑골문에서 돌 석(石)은 절벽에서 돌멩이 하나가 떨어져 나온 그림으로 나타난다. 외 떨어진 돌멩이처럼 나 혼자서는 즐겁지만,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盱豫悔 遲有悔
우예회 지유회
"눈을 부릅뜨고 나의 즐거움을 후회한다. 뒤늦게 후회가 밀려온다"
즐거움 자체는 잘못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친구가 내 곁을 떠나고 내가 누리는 운을 탐하는 아첨꾼들만 주위를 둘러싼 상황이 되면 후회가 밀려오기 마련이다. 문제를 깨달았다면 처절하게 후회해야 한다.
由豫 大有得 勿疑 朋 盍簪
유예 대유득 물의 붕 합잠
"나의 즐거움이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어내도록 해야한다. 그러면 더 크게 즐거울 수 있으니, 친구들이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지 말아라"
즐거움을 혼자 누리려 하면 반드시 탈이 난다. 대운은 하늘이 내린 것이니 나 혼자 힘으로 내가 훌륭해서 일이 잘풀린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내가 누리는 즐거움을 더 큰 즐거움을 위한 input으로 투입하는게 합리적이다.
다행인건, 떠난 친구들이 아직 멀리있지 않다. 다시 찾아와 줄 것이다.
貞 疾恒 不死
정 병항 불사
"처신을 바르게 하면 병이 길어지더라도 죽지 않는다"
즐거움을 누리는 순간에도 몸에 병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대운을 맞았다는 건 이 역시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병이 길어져도 걱정할 필요 없다. 운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유지되도록 처신을 바르게 하면(貞) 파국으로 치닫지 않는다.
冥豫 成 有渝 无咎
명예 성 유구 무구
"즐거움이 어두워진다. 아직 번성하고 있는 동안 변화를 꾀해야 한다. 그래야 탈이 없다."
주역은 영어로 'Book of Change'라고 변역한다. 변화를 설명하는 책이라는 의미이다. 달이 차면 기울어 지듯이 즐거움도 시간이 지나면 빛이 쇠한다. 아직 무너지기 전에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영원히 이 즐거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반드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예 괘 전체의 의미를 설명하는 괘사를 통해 주역은 큰 운을 누리고 있는 사람에게 제후를 세우라는 생뚱맞은 요구를 한다.
최고 권력자가 직접 다스리는 권역은 머무르는 곳 경(京)과 경을 둘러싼 사방 500리인 기(畿)로 제한하고, 나머지 땅은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서 제후로서 스스로 다스리면서 유사시에 협력하도록 하는게 합리적이다.
하늘이 내린 운으로 나를 찾아온 즐거움은 그렇게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더 즐겁고, 함께 즐겁고, 그 즐거움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함께 즐거워 하라!"
- 주역과 스타트업 경영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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