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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단상

Insight의 전제 조건, fact 그리고 number

by pied_piper33 2024. 11. 30.

1645년 11월 25일 청나라의 홍타이지는 조선을 정벌하겠다고 하늘에 맹세하는 고천(告天)의식을 거행한다. 청나라 군대가 조선에 쳐들어 오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 되었다. 물론 그 침입은 국지적인 분쟁 수준에 머물지 않으리라는 것도 분명했다. 

 

정묘호란을 통해 조선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하게 된 청나라는 조선의 산성을 우회하는 전략을 취한다. 즉, 산성을 공격하지 않고 곧장 한양으로 돌진했다. 청나라의 침입을 알리는 봉화가 올려졌고, 각 거점으로부터의 장계가 속속 한양으로 도착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영의정 김류는 일단 개성에 방어선을 만들고 인조는 신속하게 강화도로 피신할 것을 건의한다. 

 

인조는 그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적이 깊숙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니 정확한 보고를 받은 뒤에 움직이자"

 

안타깝게도 인조가 받게되는 정확한 보고는 청나라 군대가 이미 무악재(지금의 3호선 무악재역)에 도달했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인조는 강화도로 피신조차 할 수 없게 되었고 남한산성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적이 깊숙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라는 인조의 발언이 어디에 근거했는지는 기록이 없는 듯 하다. 정확한 정보에서 출발하지 않은 인조의 의사결정은 국가와 백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재앙을 초래한다.

 

평상 시에는 충분히 정보를 검토하고 정보에 근거해서 토론을 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도,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면 토론에의 참여자 숫자를 줄이고 사실관계에 대한 찬찬한 분석 과정을 생략한 채, 큰 의사결정을 하거나 아무 의사결정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버리는 경우가 있다. 

 

직관적인 판단과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은 철저하게 사실관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즉, 벌어진 사건(Fact)과 구체적인 숫자(Number) 만을 가지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시뮬레이션하고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야 직관과 통찰이 기여할 차례가 오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는 어려운 결단을 해야하고 오롯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고독한 자리에 서 있다. 하지만, 그것이 Fact와 Number가 부실한 상태에서 Insight만으로 의사결정해야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위기에 처한 심각한 상황에서 Fact와 Number가 도외시 되는 가장 큰 이유는 Fact와 Number를 생산하는 꼼꼼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유려한 화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Insightful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 주변 없이 사실관계과 숫자를 들이미는 사람들은 전략적 논의에서 소외되거나 논의에 참여하더라도 발언기회를 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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