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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군서, 혁신의 지도

상군서 - 명분상공 名分尙公

by pied_piper33 2024. 11. 11.

"나라를 법으로 다스리면(治法) 강해지고, 바른 행동으로 다스리면(治政) 약해진다"
- 상군서 '거강'편 중에서

 

바른 행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인격의 수양을 강조하게 된다. 하지만, 인격의 수양이야말로 쉽지 않다. 소위 '성인'이라고 불릴 만큼 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또한, 사람의 성품과 인격이라는 것은 자의성이 매우 강하다. 어떤 성품이 옳은 성품이고 어떤 인격이 훌륭한지에 대해 형이상학적인 합의는 가능할 지 몰라도, 치열한 생사의 현장에서는 규범화되기 어렵다. 

 

따라서, 인격 수양에서 출발한 바른 행동을 조직을 움직이는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상군서가 말하는 '법'은 합의된 기준을 의미하며 그 기준으로서의 법은 

❶ 군주와 신하가 함께 만드는 것이어야 하며

❷ 공적인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하며

❸ 백성에게까지 투명하게 공개

..되어야 한다. 

 

상앙이 추구하는 법치 국가의 모습은 이러했다.

"군주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지 않으며, 군주로부터 미움받는 자는 그 미움으로 인해 해를 받지 않는다"

 

상앙과 한비자로 대표되는 '법가'가 피도 눈물도 없는 악한이라는 이미지는 억울한 구석이 많다. 인의예지로 움직이는 사회에서 약자는 강자로부터 미움 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쳐야 한다. 그들은 법에 어긋나지 않으면 무지렁이 백성이라도 정부의 관리에게 당당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었다. 

 

풍우란 선생은 법가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하면서 자신의 명저 '중국철학사'의 법가 편을 마무리 짓는다. 

 

"법술을 수립하고 제도을 설정하면,

  충분히 백성의 이익과 서민의 안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여겨

  자신이 위태로움을 무릅쓰면서 (사망의 해악을 피해가지 않고) 새로이 인간사회를 다스릴 '도'를 고취했는바

  역시 적극적인 구세의 선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