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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군서, 혁신의 지도

상군서 - 리더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by pied_piper33 2024. 11. 6.

상군서에 따르면 강력한 리더쉽을 구축하기 위한 세가지 원칙은 ① 변화 지향 ② 이익 추구 ③ 힘이다. 

 

상앙 이전의 제자백가들은 소위 '옛 지혜'를 숭상했다. 삼황오제와 요순시대를 이상적인 사회상으로 꿈꾸었으며 특히 공자는 서주시대의 사회질서인 주례의 회복을 추구했으나, 상앙은 이렇게 일축한다. 

 

"3대는 예가 같지 않았음에도 모두 왕의 위치에 올랐으며, 5패는 법이 같지 않았음에도 모두 패자가 되었다. 지금 당면한 임무는 법을 바꾸고, 예를 바꾸는 일이다"

 

즉, 옛 지혜는 옛날에 역할을 다했으니, 지금의 문제를 옛 지혜의 틀에 넣어서 해결하려고 하지말라는 선언이다. 역사가 진화하니 이론도 진화해야 한다. 

 

상앙은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서 다스려야 한다'한다는 공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므로 그 이익에 부합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상앙은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의 본성은 배고프면 음식을 구하고, 힘들면 현안함을 구하고, 괴로우면 즐거움을 찾고, 욕을 당하면 영달을 구한다. 이것이 사람의 성정이다" - 산지편

 

"부귀를 향한 백성의 욕구는 관 뚜껑을 닫은 뒤에야 그친다" - 상형편

 

"백성의 성정을 따져보니, 그들이 바라는 바는 토지와 주택이다" - 내민편

 

군주는 인의예지와 덕으로 사람들을 감화시키기 보다는 백성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하며, 그 과정에서 군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야 한다. 다시말해 백성에게는 토지와 주택을 주고, 군주는 세금과 요역, 병력을 얻으면 그만이다. 

 

물론, 백성에게 토지와 주택을 주기 위해서는 토지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인의예지에 기반한 수직적 질서로 세상이 다스려지기를 원하는 귀족들의 반대를 극복해야한다.

 

상앙은 힘을 찬양한다. 

 

부도덕한 왕의 상징인 '걸'이 왕노릇하더라도 '힘'이 있으면 외적이 그를 함부로 할 수 없고, 성인으로 추앙받는 요순이라고 하더라도 힘이 없으면 다른 나라에게 굴종할 수 밖에 없으니, 군주의 리더쉽은 '힘'에서 출발해야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힘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공자로 대표되는 유가는 힘이 덕에서 나온다고 주장하지만, 상앙은 다른 답을 제시한다. 

 

"힘은 강함을 낳고, 강함은 위엄을 낳으며, 위엄은 덕을 낳는다. 따라서 덕은 힘에서 생긴다" - 근령편

 

즉, 덕이 힘을 만들어주는게 아니라 힘이 덕을 만들어줄 따름이다. 이는 파스칼이 팡세에서

"하지만 무엇이 진정한 정의인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발생하기 쉬우나, 권력에 대해서 사람들은 쉽게 수긍하고 논란거리로 삼지않는다. 그러므로, 정의와 권력을 결합하는 방법론으로 권력을 정의롭게 만드는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권력은 정의를 부정하면서, 자신에 대해 스스로 정의롭다고 선언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옮은 것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강한 것'을 '옳은 것'으로 포장해온 것이다"라고 지적한 것과 맥이 닿는다. 

 

파스칼에 따르면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간 세상에서 덕은 존경을 받을 수 있어도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만들지 못한다. 다만, 힘이 덕으로 포장될 따름이다. 

 

"성군이 인민을 다스릴 때는 반드시 그 마음을 얻으므로 능히 인민의 힘을 부릴 수 있다" - 근령편

 

상앙은 왕권신수설을 믿지 않는다. 군주의 힘은 하늘이 내려준 것이 아니라, 백성들로부터 얻은 것이며, 백성으로부터 힘을 취하려면 백성이 원하는 것을 해주어야 한다고 접근한다. 더 많은 힘을 얻으면 더 강한 군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앙은 '법'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만지작 거릴 수 밖에 없었다. 

*상군서의 글을 세가지 원칙으로 재정리하는 아이디어는 류쩌화 선생의 책 '중국정치사상사'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