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혁신가의 말로는 대부분 아름답지 못했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는 위태롭다'고 경고하고, 한비자는 '성인이 아닌 사람들은 그 수가 많고 성인은 그 수가 적으며 적은 수가 많은 수를 이기지 못하는 것은 마땅한 이치이니, 지금 행동을 취하여 천하 사람들과 원수가 되는 것은 몸을 온전히 하여 오래도록 사는 길이 아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춘추전국시대 말기의 문제적 인물인 상앙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탄탄한 이론을 만들고 그 이론으로 권력자를 설득하고 결국 그 이론을 실천하여 살아 생전에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백성의 삶을 개선시키는데 성공한, 혁신가치고는 매우 드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성공에는 시대적인 상황과 상앙의 역량을 알아보고 끝까지 지원한 진나라 군주 진효공의 역할이 컸겠지만, 상앙의 이론에서도 다른 혁신가들과 차별되는 실마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법령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자
진나라 백성은 매우 만족스러워하고
길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주워 가지 않으며
산에는 도적이 없고
집집마다 풍족하며 사람마다 마음이 넉넉했다.
백성은 나라를 위한 싸움에는 용감하고
사사로운 싸움에는 겁을 먹었다.
도시나 시골이 모두 잘 다스려졌다."
- 사마천, '사기-상군열전' 중에서
사마천은 상앙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으나, 상앙이 이루어낸 성과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긍정적으로 기록을 남길 수 밖에 없었던 듯하다.
혁신안이 채택되고 10년이 지나서 나라는 부강해졌고 백성은 평안해졌다. 그런데, 그 10년 동안 상앙은 수많은 도전과 음해를 받았을텐데 어떻게 살아 남아서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이론의 완성도' 차원에서의 비밀이 이어지는 글에서 추적할 내용이 될 것이다.
비록, 상앙이 혁신의 이론화와 실행 그리고 성과 창출이라는 점에서 다른 혁신가들과는 달랐으나, 말년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결국 다른 혁신가들을 따라갔다.
상앙의 후원자였던 진효공이 죽고 아들이 혜문왕으로 즉위하면서 상앙의 운명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혜문왕은 상앙의 반대세력이었던 귀족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상앙을 죽이고 시체를 저자거리에서 한번 더 찢는 거열형에 처한다. 하지만, 상앙의 혁신안은 여전히 혜문왕에게도 채택되어 진나라는 진시황에 이르러 결국 춘추전국시대를 제패하는데 이르게 된다.
부국강병을 현실공간에서 실현해낸 상앙마져도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는 위태로와 진다'는 마키아벨리의 경고를 비켜가지 못했고, 한비자의 우려대로 오래 살았으나 몸을 온전히 지키지 못했다.
상군서는 상앙과 상앙의 이론을 따르던 후대의 학자들의 집단지성이 담긴 책이다. 21세기의 혁신가는 상군서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할까..
*사족
:대략 30여년전, 언제나 한손에는 담배를 다른 한손에는 벽다방 커피를 들고 심각한 얼굴로 강의실에 들어오시는 교수님이 계셨다. 어느날 학생들에게 물었다. 자네들은 이론적인 실천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민주화에 대한 기대가 갑작스럽데 이루어진 3당 합당으로 허우하게 무너져가는 시기였으니, 그 답답한 시기에 답답한 강의실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세상을 가르쳐야하는 교수님의 마음도 답답했을 것이다. 몇명 학생의 의견이 이어졌고, 교수님이 당신의 생각을 말하셨다.
'실천적 이론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실천적 이론은 비즈니스 공간에서 혁신이라는 화두를 놓지 못하는 나에게도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인 듯 싶다. 상앙을 읽으며 언제나 멋졌던 정운영 선생님을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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