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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

또라이의 가치 - 한순구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by pied_piper33 2024. 11. 10.
책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에는 30명의 건장한 남성과 총알을 1발만 가지고 있는 강도가 버스 안에서 대치하는 얘기가 나온다.
 
30명의 건장한 남성이 강도 1명을 제압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강도가 총을 쏜다면 승객 30명 중에서 1명은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확률이 높다. 반대로, 강도 역시도 싸움이 벌어졌을 때 자신이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 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만약 싸움이 벌어지고 자신이 총을 쏘고 나서 잡히게 된다면 강도죄 뿐만 아니라 살인죄까지도 저지른게 되기 때문에 남은 여생은 감옥 속에서 살아야한다. 물론 사형도 가능하다. 따라서 강도가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총을 쏘지 않고 위협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또라이가 없는 세상에서 건장한 남성 30명은 강도에게 달려들지 않고, 강도 역시도 총을 발사하지 않는다. 서로 대치하면서 협박과 공갈을 하게 될테지만 아마도 사람이 다치는 비극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30명 중에 또라이가 섞여 있거나 강도가 또라이면 상황은 달라진다. 또라이는 강도에게 달려들 것이고, 강도는 총을 쏘고 버스 속은 아수라장이 된다.
 
30명의 남성과 강도 중에 한쪽에만 또라이가 존재하고 상대방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승객 중에 눈빛이 이상한 사람이 한명 있다는 걸 또라이 아닌 강도가 발견하게 되면 강도는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고, 강도가 침을 질질 흘리는 비주얼로 헛소리를 하면서 총을 들이민다면, 30명의 승객은 꼼짝 못하고 강도에게 제압 당한채 강도가 빈틈을 보일 때까지 숨죽이며 기다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
 
즉, 한쪽만 또라이인 상황에서는 또라이가 게임을 지배한다.
 
저자는 상대방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또라이’가 아니라도 ‘또라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전달해야 하고 자신이 또라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대로 들키면 안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상대방이 ‘적’이고 둘 중 하나가 반드시 제압되어야만 하는 게임이라면 저자의 결론까지만 알고 있으면 된다. 즉, 또라이가 되는게 유리하다.
 
하지만, 상대방이 적이 아니고 함께 가치를 만들어야하는 동료이고 식구라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라는 질문에서는 솔루션이 반대로 바뀐다.
즉, ‘또라이’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전력을 무력화시키고 무능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우리가 보유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가치를 극대화해야하는 상황에서.. lose-lose게임을 불사하는 ‘또라이’는 암적인 존재가 된다.
 
자신이 공동운명체 속에 있는 개인이고, 그 공동운명체의 행복이 나의 행복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면 설사 내가 ‘또라이’라고 하더라도 ‘또라이같은 행동’을 해서는 안되고, ‘또라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들키면 안된다.
 
내가 죽든 말든 상대방의 lose를 위해 사고를 저지르는 또라이는 자신의 운명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조직의 역량을 철저하게 망가 뜨린다.
 
기업 조직에서 구성원의 인품 그리고 자제력이 ‘업무 역량’의 중요한 일부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함께 사업을 하는 외부 파트너의 선정에 있어서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는게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