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나스에 따르면 나를 구성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이다. 어머니라는 타인이 없이 내가 어떻게 태어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사회라는 타자가 없었으면 내가 어떻게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다.
우리는 모두 삶의 시작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타인과의 관계의 산물이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 때, 사업 아이디어 또는 비즈니스 모델의 완성도보다는 '창업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실패확률이 적다.
사업 아이디어라고 해봤자 해아래 새것이 없고,
비즈니스 모델은 산업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기 쉽다.
하지만, '사람' 즉 '창업자'는 실패를 통해 더 실력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고, 성공확률도 향상될 수 있다.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있다.
레비나스의 아이디어를 빌려본다면,
그 사람과 '타인'의 관계 즉, 타인을 통해서 어떤 것이 학습되고 있으며 어떻게 진화해가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어떤 한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핵심요소이다.
즉, 인식론적으로 사람을 판단하기 보다는 '관계'를 통한 변화 가능성에 포커스하면서 존재론적으로 판단해야한다는 얘기로 보면 된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것은 '타인'의 정의이다.
타인은
'또 다른 내'가 아니라, 철저히 나와는 다른 존재이며,
내게 익숙한 틀과 파악 방식을 벗어나 있는 낯설은 존재이며,
나와 공통되거나 내가 아는 규정들로 포착되지 않으며 그런규정에 따르지도 않으며,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존재이며..
그로 인해 나의 자유를 제한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와 친한 친구, 그의 심복, 그의 멘토와의 관계가 아니라, 이질적 '타인'과의 관계에서 뭘 배우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영향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관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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