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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단상

날카로운 토론을 위한 전제 조건 - 신뢰 형성

by pied_piper33 2024. 11. 10.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몸에 배인 습관하나가
'현상'을 근거로 판단을 하지 않고 '현상'에 휘둘려서 비즈니스 상의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었다.
 
현상에 의존하지 않으려니.. 현상을 만들어낸 '원인'을 찾아야 했고, 그러다보니 나와 후배들과의 대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의 말은 "그런데 그건 왜 그렇게 된건가요?"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후배들은 어떤 이슈가 발견되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보고하라는 나의 지시를 받았던터라 이슈의 원인까지 파악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태일텐데, 내가 원인을 캐물으니 아마 환장할 노릇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학교 교육받고 군대와 회사에서 삶의 스킬을 훈련받은 사람들 대부분에게 상사는 동료라기 보다는 '평가자'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상사에게 보고하는 자리는 계급장 떼고 토론하는 자리라기 보다는 미리 준비한 정답을 제시하고 평가를 받는 자리라는 엄연한 현실을 무시한채 원인을 분석할 시간도 주지않은 상태에서 원인을 캐물으며 정답이 아닌 가설을 대답하게 강요한게 문제였다.

 

미리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이 대화로 나는 너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고
  가설이 난무하는 자유토론을 통해 너의 시간낭비 가능성이 최소화될 것이며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내가 너를 충분히 지원할 것이며
  설사 너의 의견으로 초래된 결과가 안좋게 나오더라도 책임은 내가 질것이고
  무엇보다 내가 너의 역량을 신뢰하고
  인간적으로도 너를 좋아하고 아낀다"는 내 마음이 후배에게 전달되고 후배가 그 마음에 공감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자유토론은 지양되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신뢰관계 형성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선배 또는 상사의 몫이어야 했고, 열린 문화를 추구한다는 허울 아래에서 사전적 '신뢰관계 형성'의 필요성을 간과한 나의 어설픔으로 발생한 피해 그리고 고통은 모두 후배들이 감당해야 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여전히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몸서리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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