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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과 CEO

주역과 CEO 51 - 중뢰진 重雷震

by pied_piper33 2024. 10. 20.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주역의 51번째 괘 중뢰진(重雷震)은 우뢰 위에 우뢰가 올려져있는 형상이다.
 
하늘이 어두어지고 천둥이 울리고 대지가 함께 흔들린다. 세상이 망하려나..
 
두려움에 흔들리는 중뢰진 괘는 뒤따라 이어지는 다음 장면인 중산간 괘의 고요함에 도달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이해하는게 맞다. (물론 그 반대도 역시 옳다)
 
중산간(重山艮) 괘는 산과 산이 겹쳐있다. 그래서 고요하다.
 
양자역학의 쌍생성, 쌍소멸처럼 인생의 아비규환과 희로애락은 맥락없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사람들은 그 맥락없음을 견디지 못하고, 눈 앞의 현상 뒤에 거대한 힘(또는 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하거나.. 그 힘을 믿지 않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원인을 찾고 싶어한다. 하지만, 내가 대한민국 서울에 태어나게 된 이유를 찾아보면 딱히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있는게 없다.
 
우뢰의 시간이 지나면 고요의 시간이 온다. 그리고 또 우뢰의 시간은 올 것이다.
 
震 亨
뢰 형
"우뢰의 시간도 형통하다"
 
그래서, 천지가 흔들리는 우뢰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 해서 형통하지 않다고 여길 이유가 없다. 반대로 고요한 숲 속의 시간에 머물고 있다고 해서 형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億 无喪有事
억 무상유사
"깊이 생각하되, 너무 슬퍼할 필요없으니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가면 된다"
 
시라카와 시즈카에 따르면 한자 억(億)은 신의 음성을 들으려고 애쓰는 사람을 의미한다. 비극 앞에서 사람들은 생각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신에게 묻고 싶다. 아니 따지고 싶다.
 
주역의 저자는 생각에 빠지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긍정한다. 다만, 너무 슬퍼하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힘든 때일 수록 일상을 지속하라고 가르친다.
 
고난은 쌍생성될 수도 있지만, 쌍소멸될 수도 있다. 쌍소멸(pair annihilation)은 빛과 에너지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