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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기업경영

노자와 기업경영 81 - 위이부쟁 爲而不爭

by pied_piper33 2024. 10. 19.
무위(無爲)의 철학으로 알려진 노자의 도덕경은 결론인 81장 최종편에서 무위(無爲)가 아니라 유위(有爲)를 이야기한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할 수 없는 것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 논리철학논고 전체를 통해 말할 수 있는 것의 구조를 분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철학은 말할 수 있는 것을 명료하게 묘사함으로써, 말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 논리철학논고 4.115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 것도 안하면서 살아갈 수 없다. 잠을 자는 행위를 해야하고, 아침에 일어나는 행위를 해야하고, 밥을 먹는 행위를 해야하고, 일이라는 행위를 해야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위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결국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되기도 한다.
 
노자는 부쟁(不爭)의 방법으로 행위하라고 가르친다.
 
갑골문에 보면 글자 쟁(爭)은 두사람이 하나의 물건 놓고 서로 자기가 가져가기 위해 힘을 쓰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쟁(爭)은 내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는 구조를 의미한다.
 
기업의 목표는 독점이다. 시장을 우리 회사가 장악하는 걸 추구한다. 제공하는 가치가 차별적으로 탁월하다면 경쟁이 무의미해진다. 우리 회사의 영역에서는 우리 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내가 창조한 시장에서는 나만 존재한다. 노자가 말하는 부쟁의 상황이다.
 
나의 독점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노자는 부쟁의 유위에 이르는 방법으로 부적(不積) 즉, 쌓아두지 말라고 가르친다. 지식은 나누고 돈은 사용해야 한다(旣以爲人 旣以與人). 그래야 싸울 필요없는 나만의 영역이 만들어지고 싸우지 않고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愈).
 
노자의 도덕경 1편은 도라고 불리는 것은 도가 아니고 이름붙여진 것 역시 이름이 아니다(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라고 선언하면서 말에 대한 부정으로 시작한다. 마지막 81편도 역시 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제 노자는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말하기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믿음직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아름다운 말은 믿기 어렵다. 信言不美 美言不信"
 
말은 사용하기에 따라 오해를 풀 수도 있고 오해를 더 깊게 쌓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말을 긍정 또는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말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조심스럽게 사용하는게 필요할 따름이다.
 
우리는 말에 대해서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세상을 더 멋진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 필요한 것 역시 행동이다.
 
더 풍족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행동하면서 열심히 가치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유위(有爲)의 화신인, 모든 기업과 기업 구성원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