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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기업경영

노자와 기업경영 80 - 감기식 미기복 안기거 락기속 甘其食 美其服 安其居 樂其俗

by pied_piper33 2024. 10. 19.
 
톨스토이의 유명한 단편소설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의 주인공 농부 바흠은 바시키르 유목민들과 거래를 한다.
 
바흠은 1000루블을 바시키르인에게 주고 바시키르인은 바흠이 해가 떠있는 동안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만큼의 땅을 모두 바흠에게 제공하기로 한다. 물론, 해가 진 후에도 출발지점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땅 뿐만 아니라 1000루불도 돌려받지 못한다.
 
바흠은 죽을 힘을 내서 최대한 멀리로 달렸고 결국 만족할 만큼의 넓은 땅을 돌아서 해지기 전에 출발지점에 도착하지만, 몸을 너무 혹사시킨 탓에 쓰러져 죽고 만다.
 
노자는 사람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건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옷, 편안한 집 그리고 문화의 향유라고 가르친다(甘其食 美其服 安其居 樂其俗).
 
노자는 권력과 욕망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권력과 욕망의 목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제시할 따름이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어서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옷, 편안한 집 그리고 문화의 향유에 필요한 이상의 땅과 권력을 추구하거나, 땅과 권력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면 비극이 시작된다.
 
바흠을 죽기 직전까지도 "내가 죽은 뒤에 땅을 도로 빼앗기면 어떡합니까"라고 걱정했다. 이에 바시키르족 촌장이 "우리도 당신들의 절차를 알고 있으니 땅문서를 서류로 만들어드리겠다"고 약속한다.
 
땅문서를 손에 쥔 바흠은 한평 남짓한 땅에 묻힌다. 그가 소유하게 된 건 결국 썩어가는 몸을 누일 땅 한평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