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풍수지리는 세상을 인간과 땅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상호적인 구조로 이해한다.
그래서, 살아가는 땅에 부족한 점이 있으면 사람이 나서서 그 자연을 보완했는데 이를 자연의 개조 또는 정복이 아니라, 어머니인 땅에 대해 마땅히 해야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풍수의 개념 중 하나인 비보(裨補)는 이렇게 부족함을 보완하는 사람의 노력을 의미한다.
최원석 선생의 책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에서는 우리나라 풍수에 있어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로 '조산'을 제시한다.
"조산이란, 흙/돌/숲/나무 등을 마치 산처럼 조성하여 취락이 입지하고 있는 지형/지세의 부족한 부분을 메움으로써 경관을 보완하는 것이다. 지금도 전국의 고을과 마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간직한 조산이 다양한 모습으로 많이 남아있다."
"비보는 자연환경에 부족함이 있을 때 인위적으로 자연을 변형시켜 풍수적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지형을 보수하여 조건을 개선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조산은 주민들이 인식하는 풍수지리상 공결한 곳을 막는 비보 기능을 했다. 풍수적으로 허한 지세를 도와 지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동시에 흙을 쌓아 산을 만드니 지기를 저장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조산은 지역에 따라 형태와 기능, 입지, 호칭 등이 다르게 나타난다. 조산의 명칭은 전남의 우실, 평안도 황해도의 수살, 경기북부의 축동, 제주도의 거오기 등이 있다."
"마을 조산의 비보 기능은 수구막이, 형국보완, 음풍방어, 상극완화 등의 사례가 있다."
산업화 이전의 농경사회에서는 생산의 원천이 땅이었다면, 첨단 기술 위에 서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사람'이 땅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풍수지리의 지혜를 이제는 땅이 아니라, 사람에게 적용해보는 시도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기업은 사람, 즉 기업 구성원에 대해서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만물이 생겨나고 자라나는 대지로 존중하고 그 부족한 부분을 '비보'해야 한다.
노자는 하늘은 남음을 덜어서 부족함에 보태지만, 인간은 가난한 자의 부족한 것도 빼앗아서 부유한자의 여유를 만들어 낸다(天之道 損有餘而補不足 人之道則不然 損不足以奉有餘)고 경고한다.
사회의 불평등이 오히려 부의 창출과 성장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낙수효과(trickle-down economics)는 가난한 자의 재물을 빼앗아 탐욕에 쩔은 강자를 더 부유하고 만들고 나서, 강자가 흘려주는 부스러기로 약자가 살아가게 만드는 반문명적인 사상이다.
낙수 따위를 받아먹는 사람이 없도록 만드는게 최선이다. 부족함은 불평등의 근거로 악용되기 보다는 비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비보를 통해 땅이 비옥해져야 하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비보가 필요하다. 물론, 땅이 생명을 품을 의지가 없는 사막이나 얼음으로 뒤덮힌 남극대륙이라면 비보 보다는 탈출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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