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에 완벽함을 요구하라(Insist on perfect work in relatively unimportant products)"
이 문구는 1944년에 기밀해제된 CIA의 '파괴공작 매뉴얼(Simple Sabotage Field Manual)에 들어있는 조직파괴 노하우 중의 하나인데,얼핏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중요한 일이든 덜 중요한 일이든 모두 완벽하게 하면 좋은거 아닌가라는 반문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많은 기업의 리더들이 디테일을 강조하면서 보이지 않는 사소한 부분까지도 완벽을 기해야한다고 구성원에게 요구하고 있다.
제한된 자원으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야 하는 기업 조직에서 사실상 모든 일을 빠짐없이 완벽하게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윗사람에게 현실의 한계를 호소할 수 없는 문화가 정착된 기업에서는 리더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라고 지시하고, 구성원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보이도록 포장하는데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조직의 집단 지능이 하락하게 된다.
노자는 도가 제대로 서있는 곳에서 귀신은 신통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가르친다.
기업은 생산물의 교환을 통해 돈을 버는 '장사'에 다름아니다.
장사로 이익을 남기려면 '최소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다'라는 경제원리(道)에 충실해야 하고, 이 경제원리는 필연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요구한다. 기업 전체적으로도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져야 하고, 구성원 개인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그리고, 조직과 개인의 '선택과 집중'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도가 제대로 서있지 않고 조직의 집단지능이 떨어져 있는 기업에서는 기회를 엿보던 '귀신'이 자신의 신통력을 쉽게 발휘한다.
기업 구성원을 비용으로 보는 HR,
프로덕트와 연계되지 않는 마케팅,
판매와 동떨어진 브랜딩,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생산,
즐겁고 발랄하기만 한 기업문화,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경영 철학,
공들여 쓴 완벽한 보고서...
또 어떤 귀신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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