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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기업경영

노자와 기업경영 58 - 광이불요 光而不燿

by pied_piper33 2024. 10. 19.
 
경영자는 구성원의 공감을 얻어서 사업의 효율을 확보하고, 구성원은 고객의 공감을 얻어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 따라서, 기업의 이윤창출 뿐만 아니라 성공과 실패까지도 결국 '공감' 능력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재벌 3세가 할아버지가 창업한 기업을 물려 받았다고 해보자.
 
태어나서부터 금수저로 도련님 소리를 들으며 자라서, 조기 유학을 가고, 30대 안팎에 할아버지 회사에 팀장이상의 직급으로 입사해서 40세 즈음에 임원이되고 회사를 물려받는다.
 
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자산'이 그 3세의 가장 큰 경쟁력이고 강점인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어려서 도련님 소리를 듣고 자란 사람이 부모가 힘들게 노동하며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보통사람에 공감할 수 있을까?
 
돈 걱정 없이 조기유학가서 청소년기를 해외에서 보내고 어른이 되어 한국에 돌아온 사람이 한국의 입시지옥에서 학원 뺑뺑이 속에서 학창생활를 보낸 보통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신입사원, 대리, 과장을 뛰어넘어 바로 팀장으로 할아버지 회사에 입사해서 모두가 벌벌 떠는 회사생활을 했던 사람이 힘겨운 취준생활을 통해 직장을 구하고 층층시하에서 눈치보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구성원과는 어떤 소통이 가능할까?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공감'에서 출발한다고 했을 때, 재벌 3세 경영자가 의지하고 있는 강점 즉 혈연에 의한 지위는 그의 가장 큰 약점이자 회사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는 균열 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능은 또 어떤가?
달리기를 잘하는 재능이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주입식 교육에 기반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재능도 사람마다 서로 다르다.
주어진 재능이 있으니 상대적으로 배우기가 수월하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음에도, 좋은 시험성적을 얻은 자신은 우수한 존재, 그렇지 못한 타인은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역시, 자신의 강점인 '재능'으로부터 공감능력의 부족이 시작될 수 밖에 없다.
 
노자는 하늘의 은혜로 얻은 모든 복(福兮禍之所伏)에는 화가 엎드려 숨어있다고 지적한다.
 
내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누리고 있는 많은 혜택, 행운, 강점 또는 경쟁우위를 냉정하게 리스트업 해볼 필요가 있다. 나를 무너뜨리는 악마는 거기에 숨어있다.
 
내가 소유한 것들에 대해서 왜 스스로 겸손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얻은 성과에 대해서는 타인과 나누는 것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절실하다.
 
그릇을 키우고 나누어 먹을 파이를 더 크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기업 또는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공감'능력이 확보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하늘이 내게 준 복의 내부에서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는 화(禍)가 무력화되기 마련이다.
 
노자는 빛나더라도 눈부시게 하지말라(光而不燿)고 경고한다.
 
내가 받은 복을 자랑하고 휘두르면서 타인의 눈을 부시게 만들면 곤란하다. 나의 빛남으로 타인의 길을 비추어 안전히 걸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영리한 선택이다.
 
그래야 나에게 주어진 복이 나를 망하게 만드는 계기가 아니라, 내가 충분히 누리고 더 행복할 수 있는 행운으로 곁에 오래 머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