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화내고 꾸짖기를 반복하는 리더를 가까이에서 오래 관찰한 경험이 있다.
소통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으로 구성된다.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면 말하는 사람이 내용(기의)를 정확한 표현(기표)에 담아서 설득력있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번째 실마리이지만, 현실의 회의실에서는 듣는 사람의 이해력이 문제시 되기 쉽다.
니체는 '우상의 황혼'에서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것을 이성의 '타락'으로 규정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어떤 성과를 얻어냈다고 할 때 사람들은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을 원인으로 이해하곤 한다. 니체가 보기에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공부가 적성에 맞았을 수도 있고, 공부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주어졌을 수도 있다. 즉, 이러한 요소가 원인이 되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결과'가 가능했던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내서 성적 석차가 상위 0.1% 안에 들어간 사람에게, 운동을 열심히 해서 100m 달리기 기록 상위 0.1%을 달성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공부 잘하는 사람 중에 기록 상위 0.1%인 국가대표급 100m 선수만큼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는 몇이나 될까?
기업 경영은 끊임없는 문제해결의 과정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한다.
노자는 천하의 모든 것은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이 생겨난 시작점이야말로 가치가 생산되는 모태가 된다(天下有始 以爲天下母)고 가르친다. 불필요한 권위를 걷어내고 문제의 시작이 되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니체의 지적처럼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이성의 타락이 기업 조직 내에서 구조적으로 지속된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해지기 마련이다.
혁신을 주도해야 할 리더가 오히려 혁신의 가장 심각한 장애물이 되는 케이스가 생각보다 자주 발견되는 것은 그래서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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