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경영자들은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함께 일하는 구성원의 지식과 통찰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기업 밖에 있는 소위 '비선'에 의존한다.
이 비선은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일 경우도 있고, 자신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대학교수이거나 드물게는 애인이나 역술인이기도 한다.
비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경영자에게 매우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어떠한 경영 상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래서, 아주 예외적으로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비선을 통한 의사결정은 불행한 결과로 이어지는게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기업의 경영은 한번의 옳은 의사결정으로 국면이 전환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구성원의 노력으로 '내려진 의사결정'에 새롭게 발견된 지식과 정보를 추가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고, 실행을 통해 옳은 결정으로 만들어가는 치열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고경영자는 왜 '비선'을 찾고 의존하게 되는 것일까?
그 비밀은 비선이 구사하는 언어에 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구성원이 승진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과정에서 산업과 고객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은 갖출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금수저 출신 또는 금수저가 되고 싶은 최고경영자와는 먹고 놀고 즐기는 영역에서는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흙수저 현장 전문가의 언어는 볼품없다.
경영자는 자신의 귀에 흡족하게 들리는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과 심정적으로 가까와지게 된다.
이런 경로로 내부 구성원이 두서없이 나열하는 구구절절한 사연보다는 비선의 세련된 설명을 들으면서 최고경영자는 머리 속이 맑아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노자는 현명한 리더는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기 보다는 백성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이 되게 만든다(聖人無常心 以百姓心爲心)라고 설명한다.
경영자가 보유한 지식은 절대로 기업 구성원이 깨닫고 발견한 지식을 넘어 설 수 없다.
만약, 경영자가 기업 구성원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한다면 거기서 비극이 시작될 수 밖에 없다.
이는 기업 구성원이 현장에서 얻은 지식이 어리석은 것으로 가치없게 버려지기 쉽다는 것과 책임지지 않을 뜨내기의 조언에 기업의 운명을 맡기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구성원이 더 똑똑해지도록 지원해야 하며, 구성원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판단해야 옳다.
경영자로서의 현명함은 신의 계시에 의해서도 혈연에 따른 유전에 의해서 만들어지지도 외부의 조언에 의해서 얻을 수 없다. 오로지 함께 일하는 식구들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현명함만이 기업 구성원 전체가 몰입하는 과감한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고 지속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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