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10페이지를 글로 채우는게 어려울까 아니면 A4 10페이지에 채워져 있는 글을 한문장 또는 한단어로 줄이는게 어려울까?
글과 말로 먹고 살아본 사람들은 대부분 줄이는게 더 어렵다는데 동의할 듯 하다.
간단한 질문만 던지면 완성도 있는 답변을 자세하게 정리하여 보여주는 챗GPT 시대가 왔으니, 이제 10페이지를 채우는 건 너무나 쉬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하루종일 이것도 해라 저것도 해라 이게 빠졌네 이걸 보완해라..라는 지시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리더가 있는 조직에서, 구성원은 '그래서 뭘 하면 되는거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될 수 밖에 없으며 당연히 실행력은 약해지고, 뭔가를 실행하더라도 모든 것을 다 고려하다보니 촛점을 읽어버리기 쉽다. 당연히 고객을 감동시키는 성과가 창출되지 않는다.
노자는 '공부는 매일 더하는 것(+)이고 도는 매일 덜어내는 것(-)'이라고 가르친다(爲學日益 爲道日損).
도는 '길을 가는 것'이고 '길'을 통해 원하는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과감히 길을 나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목표한 봉우리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매일 덜어내어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다양한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과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는 매일 아이디어와 지식이 더해진다(+).
문제는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국면을 전환하여 과감하게 덜어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덜어내야 할 때인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더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과감한 실행은 남의 나라 얘기가 되고 만다.
A4 10장을 5장으로 요약하고, 그 5장을 다시 1장으로, 1장을 한 문단으로, 한 문단을 한 문장으로, 한 문장을 한 단어로 덜어내는 과정에서 조직과 조직의 구성원의 생각은 명료해지고, 명료해진 생각은 강한 실행으로 이어진다.
물론 이 과정은 고통스럽다.
비즈니스 세상에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은 넘쳐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실행을 통해 지속적인 생존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시장을 지배하기까지 하는 기업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자와 기업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자와 기업경영 50 - 출생입사 出生入死 (1) | 2024.10.19 |
---|---|
노자와 기업경영 49 - 성인무상심 聖人無常心 (2) | 2024.10.19 |
노자와 기업경영 47 - 불출어호 이지천하 不出於戶 以知天下 (0) | 2024.10.19 |
노자와 기업경영 46 - 고지족지족 상족의 故知足之足 常足矣 (0) | 2024.10.19 |
노자와 기업경영 42 - 고물혹손지이익 혹익지이손 故物或損之而益 或益之而損 (1) | 2024.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