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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기업경영

노자와 기업경영 42 - 고물혹손지이익 혹익지이손 故物或損之而益 或益之而損

by pied_piper33 2024. 10. 19.
 
기업이 '돈'을 기록하는 방식인 복식부기(Double-Entry Bookkeeping)는 모든 사건을 두가지 서로 상반된 관점으로 서술한다. 즉, 새로운 기계를 공장에 들여놓은 사건(+)이 있었다면, 반드시 현금이 지출되거나(-), 부채가 증가하는(-) 또다른 관점의 사건이 동시에 발생한다.
 
(+)만 존재하는 사건도 없으며, (-)만 존재하는 사건도 없다.
노자는 모든 사물은 얻음으로써 잃고 잃음으로써 얻는다라고 가르친다(故物或損之而益 或益之而損).
 
무능한 직원의 비용 과다지출을 막기 위해(+) 숨막히는 비용처리 규정을 만들어서 모든 직원에게 강요하면, 그러한 규정이 없어도 알아서 잘하는 유능한 직원을 무능한 직원과 동일하게 대우함으로 회사 전체적으로 역량이 하향평준화하는 (-)를 피하기 어렵다.
 
(참고로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이러한 경우에는 무능한 직원에게 무리하게 높은 퇴직금과 전별금을 지불하면서(-) 조직 밖으로 내보내고, 규정이 없어도 굴러가는 기업문화를 유지(+)하는 것이 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눈에 보이는 (+)를 지켜보고 추구하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으나, 동시에 발생하는 (-)를 굳이 끄집어 내서 직면하고 챙기는 것은 기술적으로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리더의 눈에만 (+)로 보이고 구성원에게는 (+)로 보이지 않는 것은 시장 관점에서는 (-)일 가능성도 꽤 높다.
 
시장과 고객이 감동하지 않는 회의실 속에서의 (+)는 진정한 의미의 (+)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자가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하여 (+)를 지르고, 사후에 구성원이 (-)를 뒤치다꺼리하는 조직은 미래가 없다. 시장과 고객을 위한 (+)를 만드는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구성원이고, 경영자는 구성원의 업무 수행에 방해가 되는 (-)를 제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현실 공간에서 많은 리더들은 자신의 통찰력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을 하기 쉽고 자신의 통찰력에 이견을 제시하거나 원하는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 조직과 구성원에게 분노를 표출하곤 한다.
 
노자는 사납고 거칠은 리더는 제명에 죽지 못한다(强梁者 不得其死)라고 경고한다.
 
성격이 급하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나운 리더는 (-)를 헤아리지 못하고 눈 앞의 현상에 분노를 터트리면서 감정을 해소하는 (+)에만 집중하기 쉽다. 이러한 조직에서 구성원은 자신의 단기적인 안전(+)을 위해 '시장'과 '고객'에 집중하기 보다는 리더의 분노를 피하는 목적으로 시간과 자원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또한, 사나운 리더는 구성원이 바짝 긴장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를 누릴 수 있으나 굳이 존중과 배려가 없는 곳에서 모욕을 당하며 일할 필요가 없는 유능한 인재를 잃는 (-)를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일하는 사람들이 용기있게 도전하고 과감히 실패하고 궁극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 리더로부터 출발하여 기업 전반에 공유되는 조직 차원에서의 '성숙하면서도 따뜻한 품성'을 구축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도 매우 필수적이다.
 
직설 화법과 무례를, 논리적임과 배려없음을, 실질과 잔인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과 조직은 이러한 (+) (-)의 득실 계산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혹시 예외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발견되더라도, '행복'을 지불하여(-) 얻은 '성공'은(+) 진정한 성공이라고 보기 어려우니 헛고생을 한 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