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가 명석하고 유능한 리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고민의 깊이'와 '고민의 흔적'이 필요하다.
성과는? 사실 유능한 리더는 구성원에게 성과를 직접적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성과는 구성원의 '고민'과 리더의 적극적 지원(자원 투입)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화학적 합성물이므로, 다양한 방면으로 입체적으로 고민하고 그것이 기록으로 남아서 집단지성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그것으로 구성원의 역할 수행은 충분하다고 봐도 된다.
리더가 구성원에게 '성과'를 보여달라고 채근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에 가깝다.
반대로, 머리가 나쁘고 무능한 리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고생'의 흔적이 필요하다.
'고생'의 흔적은 최선을 다해도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없음을 증명하는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심각한 문제는 '고민'이 결여된 '고생'의 흔적 만으로는 어디에 어떻게 자원을 투입할 지 판단하기 어렵다는데에 있다. '고민+자원'은 성과를 만들 수 있지만, '고생+자원'는 더 큰 '고생'을 초래할 따름이다.
무능한 리더일 수록, 자신이 피드백 해줘야 하고 실행 여부를 의사결정해야하는 '고민의 흔적'을 부담스러워하고, 면피에 도움이 되는 '고생의 흔적'에 고마워하기 마련이다.
노자는 되돌리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고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도의 쓸모라고 설명한다(反者道之動 弱者道之用). 고민은 되돌리는 것이다. 근거를 따져묻고 확실하지 않으면 의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은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이다.
한자 반(反)에는 절벽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다. 어색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절벽 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무언가가 있다면 거슬러서라도 올라가야 한다.
노자는 거슬러야할 때 거스를 수 있는 것이야말로 도의 움직임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걸 깨닫게 되더라도 절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자신의 소신이 틀렸으며 여태껏 유지해온 확신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그 인정으로 인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므로 어느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고민'이라는 가치가 존재하고 실현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겸손'과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한다. 실제로 머리가 나쁜 리더들은 대부분 겸손하기 어렵고, 자신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구성원까지도 용기없게 만든다.
겸손하지 않은 리더는 겸손하지 않은 기업문화를 만들고 그 속에서 겸손한 구성원은 호구가 되기 쉽다. 이러한 환경에서 용기있게 고민을 드러내고 과감하게 일을 추진하기란 매우 힘겨운 일이며 굳이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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