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전략' 또는 'xx방안'으로 이름 붙은 프리젠테이션을 접할 때마다, 그 전략이나 방안의 배경이 되는 현상의 원인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 들어있는가를 눈여겨 보게 된다.
진단 없이 도출된 대안이 실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구체적으로 콕 집어서 원인을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 불편해하는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들이 생각보다 많다.
원인과 진단이 결여된 보고서와 발표 그리고 의사결정은 조직 전체의 IQ를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 성과를 저하시키게 된다.
왜 어떤 회사에는 직설적인 진단이 존재하고, 어디에서는 직설적인 진단이 불편하게 되는 것일까?
즉, 누군가 용기있게 "문제는 이것이다"라고 주장할 때, 그 주장이 맞는 지 틀리는 지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비즈니스는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야, 이것도 고려해야 하고 저것도 고려해야 하고 그러면 어떤 문제가 생기고.."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Guru의 답변이 토론을 반복적으로 대체하게 될 경우..
조직 구성원에게는 문제 원인에 대한 치열한 진단보다는 (아무도 불편해 하지 않는) 두리뭉술한 지향점만 논의하는 습관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Guru가 보유한 '과거'의 지식이 젊은이의 '문제의식'을 압도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 또는 문화의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문제는, 문화 형성을 주도할 수 있는 권력을 보유한 분들이 안타깝게도 과거의 지식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은 Guru들이라는 사실이다.
노자는 높은 수준의 리더는 '도'를 들으면 그것에 반응하여 행동에 옮기고, 낮은 수준의 리더는 '도'를 들어도 비웃어 버린다고 지적한다.
기업을 성공시키는 모든 '도'는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나오고, 시장과 고객에 더 가깝게 매일 접하고 숨쉬는 사람은 리더가 아니라 기업의 구성원이다. 따라서, 구성원의 제안과 지적 그리고 개선 아이디어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시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리더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봐야한다.
리더는 구성원의 제안에 어떤 방식으로든 반응해야 한다. 하지만, 소위 꼰대들 입장에서는 수많은 무의미한 근거를 내세우며 구성원의 제안을 철없는 불만토로나 설익은 습작으로 치부하고 싶을 것이다.
시장에서 가치를 만들어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매우 극소수인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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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기회주의 전체의 특징, 즉 그의 불명확성, 그의 애매함, 판단의 곤란성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기회주의자는 그의 본성 때문에 항상 문제를 명확하고 확고하게 제기하는 것을 회피하고, 합성력(合成力)을 찾아다니면 서도 서로 받아들일 수 없는 여러 견지사이에 도사리고 앉아
어느 쪽에도 ‘동의하려고’ 노력하며 또 자기들 의견의 상이점을 자질구레한 수정•의심•선량하고 죄가 없는 소망 등등으로 귀착시키고 만다."
- 레닌, '일보전진 이보후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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